"국민이 내는 세금중 7분의 1이 쓰이는 사업"

올 정기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액 10조1천억원은
이런 의미를 갖고 있다.

올해의 8조1천4백억원보다 24% 가량 증액된 내년도 SOC예산은 정부가 이
사업에 국운을 걸었다고 봐도 무방한 액수다.

내년도 총 예산은 71조원으로 인건비 비율이 높은 국방과 교육부문을
빼고는 실질적으로 투자가 가장 많은 셈.

이는 정부가 "물류=국가경쟁력"이란 점을 뒤늦게나마 깨닫고 도로철도
항만 공항등 기반시설 확충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반증이다.

고물류비의 근본적인 원인이 SOC미비란 점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게다.

그래서 정부의 처방전도 원칙적으론 옳다.

그러나 문제는 투자우선순위다.

이런 대규모 투자가 앞을 내다보는 "선투자"인지 따져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등 선진국조차 이부문에 투자를 가일층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정부의 투자 패턴이 외골수란 지적이 많다.

내년도 도로부문의 예산은 전체 SOC예산의 절반을 넘는 5조9천4백76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투자가 도로에 치중되고 그결과 육상운송이 활성화됨에 따라 너도
나도 도로로 몰리게 된다.

그래서 또 막히게 되고 이 때문에 다시 투자를 늘려야 하는등 "도로병"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게 마련이다.

교통개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철도의 운송부담률은 지난 84년 3.8%에서
89년 2.7%로 떨어지더니 94년엔 1.7%로 곤두박질쳤다.

해상운송도 마찬가지.

84년 34.6%에서 89년 28.3%, 94년 22.4%로 "추풍낙엽"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도로는 눈부신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84년 54.4%에서 94년 71%로 급증했다.

육상운송(도로)에만 절대 의존하는 물류체계는 바람직하지 않다.

3면이 바다인 점을 활용, 해상운송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는
것도 한 대안이 될만하다.

"육상운송에 높은 통행료를 매겨 거꾸로 연안 운송을 북돋우고 있는 일본의
물류정책은 분명 배울점이 있다"(김춘길 경기물류사장)는 얘기에 귀기울일만
하다.

복잡한 도로를 피해 연안 운송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선각자 기업"도
없진 않다.

제일제당은 한진과 손잡고 국내 처음 앞문 개폐식컨테이너를 개발, 연안
운송의 혜택을 보기 시작했다.

이회사는 올해만 10억원의 수송비를 절감하게 됐으며 2000년엔 40억원이상을
줄일 수 있다고 장담한다.

경부고속철도가 한창 공사중이지만 철도에 대한 무관심은 멀지 않은 날
닥쳐올 "철도의 위기"를 예고한다고 할 수 있다.

실질적인 활용도를 나타내주는 복선화율과 전철화율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것이 문제다.

복선화율과 전철화율이 높아야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지방도시와 지선으로
연결, "방사선 파급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답답하기만하다.

복선화율은 27.5%로 영국의 70%, 프랑스의 46%에 비해 크게 떨어지며
전철화율은 일본 57%, 프랑스 36%보다 뒤처져 17%를 기록하고 있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이제부터라도 "발상의
대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그건 기업에도 같이 적용되는 명제다.

기업들이 화물차를 포함한 물류시설과 장비를 공동이용, 자본활용도를
높임과 동시에 물류비를 절감하는 "물류공동화"를 정책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 화물운송시장의 진입규제를 과감히 없애고 유통산업 활성화를 통한
물류관리 효율성제고방안도 강구할만하다.

"기업들이 전문업체에 화물수송을 맡겨 도로수송비를 20% 절감한다면 전체
제조.판매회사의 물류비를 1.6% 절감할 수 있다"(김여환 대한통운사장)는
분석은 고물류비 해소방안이 먼곳에 있지 않음을 대변해 준다.

물류비 개선을 위한 요란스런 제안활동보다는 전문기업과 손잡는 것이
지름길이 된다는 얘기다.

< 남궁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