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노동관계법에 항의하는 파업을 잠정 중단키로 결정한 것은
연말.연시 연휴로 인해 파급효과가 적은데다 조합원들의 파업열기가 낮아
더이상 투쟁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노총은 지난 26일 노동관계법이 국회에서 기습처리된 직후부터
총파업에 나서며 노동법철회투쟁을 강력히 전개했다.

파업초기에만 해도 조선 자동차 철강 등 국내 주요기간산업 노조들이
대부분 참여하는 등 기세가 등등했다.

특히 서울지하철 부산지하철 등 공공기관노조들까지 파업에 가세하면서
투쟁분위기는 갈수록 고조되는듯 했다.

이에따라 정부와 기업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로 산업현장이 엄청난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으로 우려한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는 총파업투쟁이 하루 이틀 지나면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단위노조들의 참여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저조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강경투쟁을 전개해오며 국내 노동운동을 주도해오던 현대그룹노조
총연합(현총련)의 경우 파업 첫날부터 상당수 노조가 총파업을 외면하고
조업에 참여했다.

또 서울지하철은 파업 첫날 노조원이 근무한 곳이 적지 않았고 이틀째에는
사용자측의 강온전략에 따라 상당수가 직장에 복귀, 지도부를 궁지에 몰아
넣었다.

지도부는 이처럼 소속 노조원들이 파업대열에서 잇따라 이탈하는
상황에서는 파업을 강행해봐야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말 연시라는 시기적 특성 또한 이번 결정에 직접적인 요인으로 보인다.

자동차 조선 철강업종 등 이른바 강성노조들이 소속돼 있는 사업장들이
연말.연시 휴가일정을 앞당기거나 확대실시해 현실적으로 파업의 실효성을
거두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휴가기간중 파업을 강행할 경우 참여율은 극히 저조할 수 밖에 없는데다
공권력 투입의 빌미만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 파업중단을 불러왔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들의 여론악화와 정부의 사법처리방침도 한몫을 했다.

민주노총은 파업국면을 이끌어가면서 만약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비교적
우호적이던 여론이 일시에 반전되고 공권력 투입의 빌미가 될수 있다는 점에
신경을 써왔다.

특히 이번 파업이 불법인 만큼 파업지도부는 정부의 공권력 투입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사법당국이 노동계의 총파업을 법에 따라 강력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혀왔기 때문이다.

결국 이같은 여러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파업중단 결정을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이날 신정연휴가 끝난 직후 곧바로 제2단계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의 이같은 방침은 신정연휴를 보낸뒤 조직을 재정비, 꺼져가는
불씨를 지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으로는 노동계의 파업은 사실상 끝났다는 것이 일반
적인 시각이다.

이번 파업의 잠정중단이 연말연시라는 계적적 요인보다는 산하노조원들의
참여열기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이번 총파업이 새노동법에 항의하는 정치성투쟁이기 때문에 임.단협때와는
달리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기가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
이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투쟁의 강도를 높일때마다 임금인상이나 근로조건개선
등 무언가 실익이 있어야 파업하는 "재미"도 배가된다는 얘기다.

한국노총 역시 이미 내부적으로 파업종결방침을 세워논 상태다.

이렇게 볼때 노동법개정으로 인한 노동계의 총파업은 사실상 종결된
상태며 내년초에 민주노총의 2단계 파업이 강행되더라도 심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내년도 임.단협때는 노동법철회문제를 노사협상때 연계시켜 연대
투쟁 등의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 윤기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