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의 프랑스 톰슨사 인수가 끝내 좌절됐다고 한다.

너무도 안타깝고 분노스럽기까지 하다.

한 기업의 해외진출 좌절이라는 문제라기 보다, 이제 막 세계로 나가기
시작한 한국기업들에 대한 선진국의 노골적인 견제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비단 대우뿐만아니라 현대 삼성등도 해외진출시 선진국의 견제와 압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프랑스정부의 의혹에 찬 행동은 우리에게 인종차별적인 모멸감을
주고 있다.

처음 대우의 톰슨사 인수소식이 퍼졌을 때 프랑스전역은 "아시아의 2류
기업에 프랑스의 자존심을 판다"는 여론이 크게 일었고, 일간지들이 나서
톰슨사의 민영화를 반대했다.

결국 프랑스정부는 톰슨그룹의 민영화중단을 발표함으로써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이 한국기업이었기 때문에 안된다는 분위기였다면, 기업간의
성실한 투자와 교류를 정부가 막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들어 한국과 프랑스간에는 유례없는 우호적인 분위기가 싹트고 있었다.

이미 TGV로 결정난 고속철도 사업을 위시하여 차세대전투기사업 인공위성
사업 원자력발전소등 굵직굵직한 사업이 이어져 프랑스로서도 군침을
흘릴만 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약탈해간 외규장각 고문서를 아직도 돌려 주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한국에 대해서는 성실한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국가간의 거래는 상호주의에 입각한다.

이같이 자국의 이익에만 급급한 프랑스측의 일방통행을 반길 한국인은 없다.

뒤늦게나마 정부와 국회가 프랑스측에 강력한 항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다행이다.

앞으로 더욱 잦아질 우리 기업의 세계경영에 있어 어떠한 불이익도 당하지
않도록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유엔비상임이사국 진출과 OECD가입은 이러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한
우리의 조치이기도 하다.

물론 기업은 기업대로, 보다 성실한 현지경영으로 신뢰받는 한국기업의
이미지를 심어 주어야 함은 말할 나위 없다.

박병률 < 부산 동구 범일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