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환경친화적인 기업만이 살아남는다고 한다.

새벽에 몰래 폐수를 흘려보내고 상습적으로 환경법규를 어기는 기업들은
21세기에는 사망신고를 해야할지도 모른다.

21세기에도 장수하고자하는 기업들이 최근 환경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른바 "녹색경영"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다.

국내기업의 녹색경영은 다분히 정부의 환경관련 규제정책과 국민들의
환경의식고조라는 변수에 떠밀린 방어전략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환경과 무역을 연계한 "그린라운드" 역시 국경없는 경제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오존층파괴의 주범인 염화불화탄소(CFC)규제에 관한 몬트리올협약, 유해
폐기물의 국경간이동방지에 관한 바젤협약,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CO2 규제를 목표로 한 기후협약등은 이미 전세계의 기업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국내 1백5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데 따르면 대상업체의 63%가 선진국의 환경규제조치로 수출등 기업
활동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것도 원료조달단계부터 생산, 수출, 폐기등 전과정에 걸쳐 애로로 작용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기업이 시도하는 녹색경영 가운데 가장 가시화된 것은 환경친화적인
제품의 생산.상품명에 "그린" "녹색" "에코" "바이오"라는 명칭을 걸고
나오는 제품들은 대개 마케팅의 키워드를 환경친화적이미지로 잡고 있는
제품이다.

CFC가 오존층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CFC대신 대체냉매를 쓰는 냉장고
와 에어컨등이 이에 해당된다.

또 에너지절약효과를 내세운 그린컴퓨터를 비롯 수질오염의 주범인 세제
사용감소를 유도한 세탁기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해양기름유출사고등으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혀 왔던 정유업계
조차 엔진오일이나 휘발유등에 "엔크린"이니 "수퍼크린"등의 명칭을 붙여
오염을 줄인 유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환경친화적인 제품은 개발초기단계에서는 일반 제품보다 비싸게 마련인데도
94년에 출시된 모업체의 그린컴퓨터는 경쟁컴퓨터제품을 제치고 히트상품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동종제품 가운데서는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선택하는 추세로 소비자
취향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다.

환경친화적인 제품생산에서 시작된 녹색경영은 최근에는 제품생산의 과정을
환경친화적으로 재구축하는 청정생산공정을 개발하는 시도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이
논의하고 있는 국제적환경규제와도 관계가 있다.

PPMS방식협약으로 불리는 이 논의는 최종생산제품뿐 아니라 생산단계부터
환경오염요인을 없앤다는 것이다.

즉 최종제품이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더라도 생산과정에서 환경을 오염
시키면 이를 해소하는데 드는 비용만큼 상계관세등을 물린다는 것이 골자
이다.

선진국의 새로운 환경무역연계전략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지난 9월부터 발효한 ISO14000시리즈는
기업의 녹색경영을 재촉하는 새로운 기업평가기준으로 등장하고 있다.

ISO9000이 품질인증체제라면 ISO14000은 환경인증체제라고 할 수 있다.

ISO14000시리즈는 한 기업의 환경관리시스템 환경감사 환경상품제도도입
환경대책제도도입 제품의 제조에서 폐기까지 환경에의 영향을 명확히 조사할
수 있는 LCA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ISO규격인증은 정부의 환경정책기조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갈수록
무역과 환경이 연계되는 추세속에서 향후 국제경쟁력의 주요관건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정부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환경관리체제를
구축해 ISO14000이라는 "환경친화성증명"을 공인받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ISO14000이 지난해말부터 1년간의 시범인증제도를 거쳐 올
10월23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인증을 주는 기관은 한국품질인증센터 능률협회인증원 산업기술시험평가
연구소 한국환경품질인증지원센터등 4개 민간기관.

시범인증제도를 통해 총 52개업체가 시범인증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포스코켐 한솔제지 대림엔지니어링등 27개업체가 본인증을 받았다.

대기업그룹이 경기불황속에서도 내년도에 정보통신등 이미 상당한 시장
규모에 이른 분야 이외에 환경관련기술개발투자액을 올해보다 늘리기로 한
것도 환경친화적인 생산체제구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환경친화적인 경영에 상당한 열의를 갖고 진지하게
추진하는 기업이 다수는 아니다.

환경분야에 대한 뚜렷한 투자계획은 없이 돈들지 않는 환경헌장을 발표
하거나 연구원 4,5명의 환경연구소를 설립한다고 해서 환경친화적인 경영
이라고 할 수는 없다.

국민소득이 올라갈수록 환경보전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는 커진다.

국민소득향상, 국경없는 경제전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도 환경친화적인
경영체제구축이 기업의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