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현대그룹 인사에서 이현태 현대석유화학 회장과 박재면 현대엔지니어
링 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남에 따라 이제 현대그룹의 "1세대 전문경영인"들이
모두 경영일선을 떠나게 됐다.

이들은 지난해 일선을 떠난 이춘림 그룹 고문, 지주현 엘리베이터 고문,
현영원 상선 고문, 송윤재 대한알루미늄 고문, 김동윤 증권 고문 등과 함께
현대그룹의 성장기에 그룹을 이끌었던 주역들이다.

한때는 정명예회장의 "외도"에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에 물러난 이고문은 지난81년부터 92년까지 10년이 넘도록 그룹
종합기획실장을 지내면서 그룹 살림살이를 도맡아온 정주영 명예회장의
최측근.

그만큼 이들은 정명예회장이 경영의 능력에서는 가장 믿고 있는
사람들이다.

정명예회장은 당초 이들 1세대 전문경영인들은 지난해 전원 일선에서
은퇴시킬 계획이었으나 일부는 아직 "몽"자 항렬의 2세대들을 보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고문과 박고문을 회장직에 남겨 뒀다는 설이 유력하다.

따라서 이번에 남은 2명의 1세대 전문경영인마저 2선으로 은퇴시킨 것은
정명예회장이 "몽"자 항렬의 2세대 경영인들이 이제 특별한 지원이 없이도
스스로 국내 최대 기업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라
는게 재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연말인사로 출범한 현대그룹의 2세 경영체제가 이제 본격 궤도에
올라서고 있는 셈이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