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단인터뷰] 이경식 <한은총재>에게 듣는다..새해경제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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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총재는 민감한 경제현안에서 반발짝 뒤에 물러서 있는 자리다.
그래서 경제현상이나 해법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더 객관적일수 있다.
경제지표가 온통 적색으로 물들어 있을때 그를 만나 얘기를 듣는건
단순히 중요인사 면담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역시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는 실물보다는 구조조정론을 폈다.
"이런때 일수록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기보다는 문제의 구조적 해결을
꾀하는데 주력해야한다"는 지론이다.
과감한 규제철폐를 통해 생산요소의 시장원리를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잠재력을 되살릴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모든 경제운용방식을 시장친화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이총재를 만났다.
======================================================================
[[ 만난사람 = 정만호 경제부장 ]]
-작년 우리경제는 여러가지로 어려웠습니다.
성장률은 둔화된 반면 경상수지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수출부진과 재고누적등 여러가지 원인을 꼽을수 있습니다.
그러나 좀 큰 시각으로 보면 고도성장과정에서 생겨난 거품이 사그라
지면서 잠재해 있던 문제점들이 수면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가 동아시아 국가의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어요.
<>과잉투자 <>취약한 금융시장 <>높은 생산비용 <>열악한 사회간접자본
<>부적합한 교육제도 <>고질적인 부패구조등이 작년에 복합적으로 얽혀
상승작용을 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새해 경제는 어떨 것으로 보시는지요.
"전체적으로 작년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못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경제성장률이 6.4%로 작년보다 낮아지고 경상수지적자도 1백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비자물가상승률도 4.7%에 달해 인플레압력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현재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고비용-저효율"의 구조적 문제점들도
단기간내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법개정으로 불거진 노사관계의 불안정과 시장개방도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의 성장잠재력이 모두 소진된 것
아닙니까.
"어렵긴 하지만 그렇진 않다고 봅니다.
역설적으로 어려움은 대응노력에 따라 재도약의 기회가 될수 있는것
아닙니까.
경제원리에 따라 당면과제들을 해결해 나간다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은 이전에 비해 훨씬 더 강해질수 있습니다"
-성장잠재력을 되살리기 위해 새해 경제운용에서 가장 역점을 둬야할
분야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우리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새로운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입니다.
과거와 다른 새로운 접근 방법이 요구되는 것은 문제 하나하나가
개혁차원에서 제도개편을 수반하지 않고서는 해소될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론 <>저효율은 시장경제체제의 확립으로 <>금융시장낙후는
규제철폐와 금융제도의 개편으로 <>높은 생산비용은 요소시장의 효율성
제고로 <>비합리적 교육제도는 교육과 입시제도의 개혁으로 풀어나가야
합니다"
-그런 지적을 해오고 해법을 만들어본게 한두해의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습니다.
제도개혁에 수반되는 이해관계와 갈등의 조정이 쉽지 않은데다 개혁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내년 후년
또는 그 이후까지도 우리 경제의 과제로 남아있을지 모르는게 사실입니다.
중요한건 올해를 그런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죠"
-한국은행 총재라는 자리를 떠나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원로로써 새해
경제운용과제를 지적해 주신다면.
"크게 세가지로 말씀드릴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뭐니뭐니해도 경제의 안정기조를 보다 공고히 하는 일입니다.
두번째는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고 세번째는 모든
경제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운용될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는
것입니다"
-역시 안정론을 가장 먼저 강조하시는데요.
그러나 선진국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경제의 여건상 당분간은 어느
수준의 높은 성장은 필요하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은게 사실인데요.
안정책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해 주십시오.
"물가안정은 고임금 고금리 등 우리경제의 고비용구조를 해소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전제조건이 됩니다.
특히 최근엔 세계경제가 빠른 속도로 변하면서 물가 환율 금리 등 가격
변수의 급등락에서 비롯되는 리스크가 점차 커지는 추세입니다.
환율과 금리변동에 따른 리스크는 파생금융상품에 의해 어느 정도
방지될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물가수준의 급등락에 따라 발생하는 리스크는 결국
그 나라의 정책당국이 관리책임을 질수 밖에 없습니다.
가능한 정책수단을 동원해 안정기조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더욱
증대될 불확실성이나 리스크를 줄이는 토대가 되는 것이죠"
-그렇지만 안정정책으로의 선회는 부담으로 작용할 텐데요.
"감수해야 합니다.
내실보다 겉으로 드러난 외형을 중시하고 이를 끊임없이 키워가려는
우리 경제주체들의 거품의식을 잠재워야 합니다.
그래야만 경제활동의 합리성을 제고시키는 기반을 만들수 있습니다"
-안정기조를 정착시키 위해선 정책당국의 의지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요.
"물론입니다.
안정기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통화의 안정적 공급이
이뤄져야 합니다.
재정의 절도있는 운영관리도 이뤄져야 하고요.
이와함께 안정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정책시계를 보다 넓게 잡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청룡열차타기식 (ridind on a roller coaster)"의 정책운용은 비록
단기적인 효과를 거둘수 있을지는 몰라도 정책의 신뢰성을 손상시킴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정책비용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그러나 올 경제운용방향을 두고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사이엔 상당한
의견차이가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중앙은행은 성격상 자기자식이랄수 있는 통화가치의 안정에 역점을
두는게 기본입니다.
그것이 고유기능이고 임무이기도 하고요.
또 통화가치의 안정을 위해서 한국은행이 설립된 만큼 한은이 안정론을
역설하는건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정부는 그 이외의 요인까지 감안해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고요"
-올해는 특히 대통령선거가 실시됩니다.
선거를 앞두곤 아무래도 경기를 부추길 필요가 있고 그러자면 돈도 많이
풀릴 것으로 우려되는데요.
"통화는 적지도 많지도 않게 적당히 풀어야 한다는게 제 소신입니다.
이런 원칙이 선거가 있는해라고 해서 달라질수는 없습니다.
달라져서도 안되고요.
중앙은행직원들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적정량의 통화를 공급하면 됩니다"
-금융산업의 경쟁력강화도 강조하셨는데요.
금융산업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주신다면.
"금융의 시장기능회복이 선결과제입니다.
불필요하게 남아있는 각종 금융규제를 보다 과감하게 철폐하고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 금융기관경영에서 자기책임원칙이 준수되도록 해야합니다"
-그러자면 통화당국이나 금융감독당국의 자세변화가 선행돼야하는 것
아닙니까.
"동감입니다.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위한 조치가 조속히 시행돼야 합니다.
재할인제도의 유동성 조절기능을 회복하고 시장원리에 의한 공개시장
조작의 활성화를 이뤄야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울러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할수 있도록 <>금융기관의 건전성
규제강화 <>공시제도확충 <>금융기관경영의 상시감시체제확립 등의
대책들이 차질없이 시행돼야할 것입니다"
-통화얘기가 나왔으니까 여쭤보겠습니다.
한은에서는 중심통화지표를 M2 (총통화)에서 MCT (M2+양도성예금증서+
금전신탁)로 바꿀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계획은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는지요.
"지금은 자유화 국제화시대입니다.
그런만큼 실물경제를 제대로 반영하는 지표가 통화관리의 중심지표가
돼야합니다.
이런 면에서볼때 지난 79년부터 사용해온 M2는 아무래도 포괄범위가
적습니다.
특히 지난5월 실시된 신탁제도개편으로 M2의 유용성은 상당히 떨어진게
사실입니다.
이런 점을 보완할수 있는건 현실 지표상 MCT가 가장 낫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통화량에 집착할게 아니라 금리중심의 통화관리로 과감히
전환할수 있는것 아닙니까.
"물론 한 가지 방법일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통화관리의 기준으로 삼느냐는 각 나라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수 있습니다.
미국같이 금리중심의 통화관리를 하는 나라가 있는가하면, 독일처럼
통화량중심의 통화관리를 펴는 나라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정상 금리중심의 통화관리는 아직까지는 어려움이 많다고
봅니다"
-중심통화지표를 MCT로 전환할 경우 CD (양도성예금증서)와 금전신탁에
대한 통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지급준비금을 부과하는게 당연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CD엔 지준을 부과할 예정입니다.
대신 한도를 없애고요.
그러나 금전신탁은 은행예금이나 CD와는 성격이 다른만큼 지준을
부과할수는 없다고 봅니다"
-지난번 정기국회에서도 의원입법으로 한은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습니다.
선거라는 시공을 고려하면 아무래도 한은독립을 위한 한은법개정이 또
한차례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중앙은행독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제 생각엔 중앙은행독립이란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할수 있도록 하는 제반 여건을 갖춰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통화가치의 안정이나 금융시스템의 안정적 운용을 외부의 압력없이
제대로 수행할수 있도록 한다는데 관련기관들이 의견을 같이하면 문제는
쉬어집니다"
-금융산업구조개선법이 올부터 시행되는데요.
실제 은행간 합병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가능하다고 봅니다.
은행간 우열이 확연해지고 외국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몰려오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합병이 이뤄질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은행을 경영하기 어렵기때문에 합병한다는 사고방식에서는
벗어나야 합니다.
잘하는 은행끼리 더 잘하기 위해 이뤄지는 합병이 가장 바람직하죠.
그렇지 않고 망하는 은행끼리의 합병은 좋은 결과를 초래한다고 장담할수
없습니다"
-현재 은행에 주인이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합병주체가 마땅치 않다고
보는 견해도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차제에 정부가 합병의 교통정리를 해주는 방안도 생각해볼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정부가 합병을 주선하는 게 가능하긴 합니다.
그러나 정부처럼 너무 강한 중개인이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내부적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정부의 뜻이라며 합병을
실시한뒤 책임도 정부탓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결국 은행합병은 상호 필요성에 의해 이뤄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주체는 현재은행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돼야합니다"
-마지막으로 올 우리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다시한번 강조하신다면요.
"모든 요소들을 하루빨리 시장원칙하에 돌아가게 해 경쟁력을 강화하는게
가장 시급합니다.
그러자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게 필수적이죠.
노동 금융 등 생산요소를 둘러싼 경직성을 완화하면 자연 경제의
효율성은 높아집니다.
이런 방법으로 효율성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야말로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되찾을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입니다.
아울러 상품시장의 독과점구조개선과 노동시장의 탄력성제고등을 위한
개혁조치들도 함께 펼쳐져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유념해야할 것은 구조조정에 따라 발생할수 밖에 없는
비용과 고통이 합리적으로 분담되도록 해야한다는 점입니다.
구조조정과 시장기능회복이라는 명제가 모든 이해관계자의 승복을
유도해낼수 있도록 공평하고 투명한 절차에 의해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죠"
< 정리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일자).
그래서 경제현상이나 해법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더 객관적일수 있다.
경제지표가 온통 적색으로 물들어 있을때 그를 만나 얘기를 듣는건
단순히 중요인사 면담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역시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는 실물보다는 구조조정론을 폈다.
"이런때 일수록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기보다는 문제의 구조적 해결을
꾀하는데 주력해야한다"는 지론이다.
과감한 규제철폐를 통해 생산요소의 시장원리를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잠재력을 되살릴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모든 경제운용방식을 시장친화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이총재를 만났다.
======================================================================
[[ 만난사람 = 정만호 경제부장 ]]
-작년 우리경제는 여러가지로 어려웠습니다.
성장률은 둔화된 반면 경상수지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수출부진과 재고누적등 여러가지 원인을 꼽을수 있습니다.
그러나 좀 큰 시각으로 보면 고도성장과정에서 생겨난 거품이 사그라
지면서 잠재해 있던 문제점들이 수면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가 동아시아 국가의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으로 지적한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어요.
<>과잉투자 <>취약한 금융시장 <>높은 생산비용 <>열악한 사회간접자본
<>부적합한 교육제도 <>고질적인 부패구조등이 작년에 복합적으로 얽혀
상승작용을 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새해 경제는 어떨 것으로 보시는지요.
"전체적으로 작년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못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경제성장률이 6.4%로 작년보다 낮아지고 경상수지적자도 1백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소비자물가상승률도 4.7%에 달해 인플레압력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현재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고비용-저효율"의 구조적 문제점들도
단기간내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법개정으로 불거진 노사관계의 불안정과 시장개방도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우리의 성장잠재력이 모두 소진된 것
아닙니까.
"어렵긴 하지만 그렇진 않다고 봅니다.
역설적으로 어려움은 대응노력에 따라 재도약의 기회가 될수 있는것
아닙니까.
경제원리에 따라 당면과제들을 해결해 나간다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은 이전에 비해 훨씬 더 강해질수 있습니다"
-성장잠재력을 되살리기 위해 새해 경제운용에서 가장 역점을 둬야할
분야는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우리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새로운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입니다.
과거와 다른 새로운 접근 방법이 요구되는 것은 문제 하나하나가
개혁차원에서 제도개편을 수반하지 않고서는 해소될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론 <>저효율은 시장경제체제의 확립으로 <>금융시장낙후는
규제철폐와 금융제도의 개편으로 <>높은 생산비용은 요소시장의 효율성
제고로 <>비합리적 교육제도는 교육과 입시제도의 개혁으로 풀어나가야
합니다"
-그런 지적을 해오고 해법을 만들어본게 한두해의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습니다.
제도개혁에 수반되는 이해관계와 갈등의 조정이 쉽지 않은데다 개혁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내년 후년
또는 그 이후까지도 우리 경제의 과제로 남아있을지 모르는게 사실입니다.
중요한건 올해를 그런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죠"
-한국은행 총재라는 자리를 떠나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원로로써 새해
경제운용과제를 지적해 주신다면.
"크게 세가지로 말씀드릴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뭐니뭐니해도 경제의 안정기조를 보다 공고히 하는 일입니다.
두번째는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고 세번째는 모든
경제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운용될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는
것입니다"
-역시 안정론을 가장 먼저 강조하시는데요.
그러나 선진국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경제의 여건상 당분간은 어느
수준의 높은 성장은 필요하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은게 사실인데요.
안정책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해 주십시오.
"물가안정은 고임금 고금리 등 우리경제의 고비용구조를 해소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전제조건이 됩니다.
특히 최근엔 세계경제가 빠른 속도로 변하면서 물가 환율 금리 등 가격
변수의 급등락에서 비롯되는 리스크가 점차 커지는 추세입니다.
환율과 금리변동에 따른 리스크는 파생금융상품에 의해 어느 정도
방지될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물가수준의 급등락에 따라 발생하는 리스크는 결국
그 나라의 정책당국이 관리책임을 질수 밖에 없습니다.
가능한 정책수단을 동원해 안정기조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더욱
증대될 불확실성이나 리스크를 줄이는 토대가 되는 것이죠"
-그렇지만 안정정책으로의 선회는 부담으로 작용할 텐데요.
"감수해야 합니다.
내실보다 겉으로 드러난 외형을 중시하고 이를 끊임없이 키워가려는
우리 경제주체들의 거품의식을 잠재워야 합니다.
그래야만 경제활동의 합리성을 제고시키는 기반을 만들수 있습니다"
-안정기조를 정착시키 위해선 정책당국의 의지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요.
"물론입니다.
안정기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통화의 안정적 공급이
이뤄져야 합니다.
재정의 절도있는 운영관리도 이뤄져야 하고요.
이와함께 안정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정책시계를 보다 넓게 잡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청룡열차타기식 (ridind on a roller coaster)"의 정책운용은 비록
단기적인 효과를 거둘수 있을지는 몰라도 정책의 신뢰성을 손상시킴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정책비용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그러나 올 경제운용방향을 두고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사이엔 상당한
의견차이가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본질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중앙은행은 성격상 자기자식이랄수 있는 통화가치의 안정에 역점을
두는게 기본입니다.
그것이 고유기능이고 임무이기도 하고요.
또 통화가치의 안정을 위해서 한국은행이 설립된 만큼 한은이 안정론을
역설하는건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정부는 그 이외의 요인까지 감안해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고요"
-올해는 특히 대통령선거가 실시됩니다.
선거를 앞두곤 아무래도 경기를 부추길 필요가 있고 그러자면 돈도 많이
풀릴 것으로 우려되는데요.
"통화는 적지도 많지도 않게 적당히 풀어야 한다는게 제 소신입니다.
이런 원칙이 선거가 있는해라고 해서 달라질수는 없습니다.
달라져서도 안되고요.
중앙은행직원들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적정량의 통화를 공급하면 됩니다"
-금융산업의 경쟁력강화도 강조하셨는데요.
금융산업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주신다면.
"금융의 시장기능회복이 선결과제입니다.
불필요하게 남아있는 각종 금융규제를 보다 과감하게 철폐하고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 금융기관경영에서 자기책임원칙이 준수되도록 해야합니다"
-그러자면 통화당국이나 금융감독당국의 자세변화가 선행돼야하는 것
아닙니까.
"동감입니다.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위한 조치가 조속히 시행돼야 합니다.
재할인제도의 유동성 조절기능을 회복하고 시장원리에 의한 공개시장
조작의 활성화를 이뤄야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울러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할수 있도록 <>금융기관의 건전성
규제강화 <>공시제도확충 <>금융기관경영의 상시감시체제확립 등의
대책들이 차질없이 시행돼야할 것입니다"
-통화얘기가 나왔으니까 여쭤보겠습니다.
한은에서는 중심통화지표를 M2 (총통화)에서 MCT (M2+양도성예금증서+
금전신탁)로 바꿀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계획은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는지요.
"지금은 자유화 국제화시대입니다.
그런만큼 실물경제를 제대로 반영하는 지표가 통화관리의 중심지표가
돼야합니다.
이런 면에서볼때 지난 79년부터 사용해온 M2는 아무래도 포괄범위가
적습니다.
특히 지난5월 실시된 신탁제도개편으로 M2의 유용성은 상당히 떨어진게
사실입니다.
이런 점을 보완할수 있는건 현실 지표상 MCT가 가장 낫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통화량에 집착할게 아니라 금리중심의 통화관리로 과감히
전환할수 있는것 아닙니까.
"물론 한 가지 방법일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통화관리의 기준으로 삼느냐는 각 나라의 사정에 따라
달라질수 있습니다.
미국같이 금리중심의 통화관리를 하는 나라가 있는가하면, 독일처럼
통화량중심의 통화관리를 펴는 나라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정상 금리중심의 통화관리는 아직까지는 어려움이 많다고
봅니다"
-중심통화지표를 MCT로 전환할 경우 CD (양도성예금증서)와 금전신탁에
대한 통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지급준비금을 부과하는게 당연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CD엔 지준을 부과할 예정입니다.
대신 한도를 없애고요.
그러나 금전신탁은 은행예금이나 CD와는 성격이 다른만큼 지준을
부과할수는 없다고 봅니다"
-지난번 정기국회에서도 의원입법으로 한은법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습니다.
선거라는 시공을 고려하면 아무래도 한은독립을 위한 한은법개정이 또
한차례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물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중앙은행독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제 생각엔 중앙은행독립이란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할수 있도록 하는 제반 여건을 갖춰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통화가치의 안정이나 금융시스템의 안정적 운용을 외부의 압력없이
제대로 수행할수 있도록 한다는데 관련기관들이 의견을 같이하면 문제는
쉬어집니다"
-금융산업구조개선법이 올부터 시행되는데요.
실제 은행간 합병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시는지요.
"가능하다고 봅니다.
은행간 우열이 확연해지고 외국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몰려오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합병이 이뤄질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은행을 경영하기 어렵기때문에 합병한다는 사고방식에서는
벗어나야 합니다.
잘하는 은행끼리 더 잘하기 위해 이뤄지는 합병이 가장 바람직하죠.
그렇지 않고 망하는 은행끼리의 합병은 좋은 결과를 초래한다고 장담할수
없습니다"
-현재 은행에 주인이 없는 상황을 고려하면 합병주체가 마땅치 않다고
보는 견해도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차제에 정부가 합병의 교통정리를 해주는 방안도 생각해볼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정부가 합병을 주선하는 게 가능하긴 합니다.
그러나 정부처럼 너무 강한 중개인이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내부적으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정부의 뜻이라며 합병을
실시한뒤 책임도 정부탓으로 돌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결국 은행합병은 상호 필요성에 의해 이뤄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주체는 현재은행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돼야합니다"
-마지막으로 올 우리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다시한번 강조하신다면요.
"모든 요소들을 하루빨리 시장원칙하에 돌아가게 해 경쟁력을 강화하는게
가장 시급합니다.
그러자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게 필수적이죠.
노동 금융 등 생산요소를 둘러싼 경직성을 완화하면 자연 경제의
효율성은 높아집니다.
이런 방법으로 효율성과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야말로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되찾을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입니다.
아울러 상품시장의 독과점구조개선과 노동시장의 탄력성제고등을 위한
개혁조치들도 함께 펼쳐져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유념해야할 것은 구조조정에 따라 발생할수 밖에 없는
비용과 고통이 합리적으로 분담되도록 해야한다는 점입니다.
구조조정과 시장기능회복이라는 명제가 모든 이해관계자의 승복을
유도해낼수 있도록 공평하고 투명한 절차에 의해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죠"
< 정리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