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판에는 80년대초부터 어떤 형태로든 3김중심의 주류를 거부하는
흐름이 존재해 왔다.

이 흐름은 다음 대선을 앞두고 현정치권과 재야세력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표면화되고 있어 대선과정에서 무시못할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3김세력은 민주당 이기택총재 통추위 김원기상임대표 등과 국민회의
김상현지도위의장등의 민주화세력, 또 이들과 기본이념및 정도에서 차이는
있지만 자민련 박철언부총재를 비롯한 TK세력 등 폭넓게 퍼져 있는게 특징.

반3김을 외치는 세력들은 저마다 야권 일부 또는 모든 정파를 통합, "반3김
세대교체" 세력을 형성하는 것을 1차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들은 DJ와 JP를 활용하느냐, 배제하느냐에 대한 견해만 달리할 뿐 3김
이후의 정치적 공백상태에서 대표주자로의 부상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들의 대선전략은 한마디로 후보단일화, 좀더 파고들면 제3후보론내지
국민후보론으로 4.11총선이후 구체성을 띠며 확산되고 있다.

이는 현재와 같은 야권분열 상태로는 대선에서 이길수 없다는 분위기 때문
이다.

특히 제3후보론의 경우 두 김총재에 대한 지지표가 산술적으로 합해지고
이를 더 늘려줄 제3의 인물이 있다면 과거 지방선거 승리때처럼 정권교체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논리를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나 DJ나 JP측에서는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우선적으로 상정하고 있다.

"DJP연합"의 성패에 대한 확률적 계산조차 돼 있지 않은데다 DJ JP 모두
아직은 확고한 지역기반을 토대로 나름대로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
에서 섣불리 다른 대안을 염두에 둘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제3후보론이나 범민주세력의 결속을 전제로 한 국민후보론은 여권내
대권후보간 마찰이나 분열상이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고 DJ와 JP간 공조가
결정적으로 균열을 보이는등 상황이 극히 불리할 때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
된다.

그러나 제3후보를 추대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더라도 짧은기간안에 대중의
지지를 얻는 인물을 키워낼 수 없는 야권에서 과연 누구를 추대할 것이냐
하는 것은 큰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양김을 배제한 후보단일화론은 단순한 이상론으로만 머물
공산이 크다고 볼수 있다.

다만 향후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어 야권에서 양김배제론이 대세를
이룬다면 두 김총재가 비상한 결단을 내려 제3의 후보를 추대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민주당과 통추위는 양김이 후보로 나서거나 대연합구도에서 지분을 보장
받지 못할 경우 정치공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독자후보를 내세울 전망이다.

또 이경우 여권내 후보경쟁과정에서 이탈하는 세력, 국민회의와 자민련내
반3김세력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관측돼 야권의 분열은 더욱
가속화될지도 모른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