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게놈)는 각 생명체의 유전형질을 나타내는 유전정보의 총칭으로
각 생물의 설계도라 할수 있다.

고등 동식물을 포함한 진핵생물의 게놈은 염색체단위로 구성되어 있으며
하등 미생물등의 원핵생물에서는 염색체 전체가 게놈이 된다.

염색체는 또한 실질적인 유전정보를 암호화하고 있는 유전자의 집합체이다.

유전자에 존재하는 유전적 암호는 DNA에 존재하는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 등 4가지 염기들의 서열에 의해 저장되고 있다.

한예로 인간의 게놈은 30억개의 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 10만개의
유전자가 23개의 염색체에 분포되어 있다.

이 유전자의 염기서열에 숨겨진 유전암호를 해석해 각각의 기능을 갖는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 모든 생물의 공통적이며 기본적인 생명현상이다.

따라서 생명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생명체 게놈의 염기서열을
정확히 분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게놈연구는 생명현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가능케해 각 부문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낼수 있다.

암 치매 등 각종 난치병의 원인유전자를 발견함으로써 유전자치료및 신약
개발이 가능해질수 있다.

또 식량증산및 생물자원을 확보해 또다른 녹색혁명을 유도하고 정밀화학
석유산업 대체기술개발도 등장할수 있는 등 인류문명의 대변혁을 몰고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진각국에서 앞다퉈 관련연구에 참여하며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세계적인 게놈연구를 선도하며 오는 2004년까지 30억달러를 들여
인체게놈 정보를 완전히 규명하려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프랑스와 영국은 모델생물의 게놈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특히 인간의
유전질환연구에 중점을 둔 프랑스는 인체게놈의 1차 물리적 지도를 지난 94년
완성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우 벼게놈과 화학산업용 산업미생물에 대한 게놈연구 등 산업적인
이용연구에 치중하고 있다.

게놈에 대한 각국의 이같은 연구열기는 HUGO란 국제연구단체에서 조율하고
있다.

HUGO에는 이제까지 6천3백여개의 유전자가 밝혀진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인간유전자에 있는 30억개의 화학적 암호를 완전히
손에 쥘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이러한 연구결과가 어느하나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인류공동의 지적재산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유전정보에 대한 접근이 차단
되어 있으며 유전체정보에 대한 사유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이들 정보의 차단은 곧 21세기 주력이 될 생명과학과 생물산업의 원천적인
봉쇄를 의미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은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94년부터 과학기술처를 중심으로
사람과 산업미생물에 대한 시범연구사업인 바이오텍2000 프로그램을 추진해
왔으며 농림수산부 주관으로 일부식물에 대한 유전체 연구를 소규모로 진행
하고 있다.

이와함께 생명공학연구소에 국내의 모든 유전정보를 집대성할 게놈사업단을
설립, 보다 세부적인 연구활동에 돌입했다.

이 사업단은 생명공학연구소와 한국과학기술원 포항공대 등 13개 기관
1백35명의 연구진이 포진하고 있으며 인류최대 사망원인인 암을 정복하기
위해 암과 관련된 모든 유전정보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99년까지 1단계 사업기간중에는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위암 간암 자궁암
난소암 등의 발암유전자, 종양억제유전자, 기타 신호전달, 세포주기, 전사 등
암이 생기는 것과 관련한 모든 발현유전자군및 변이유전체정보를 체계적으로
발굴해 집대성할 계획이다.

또 2002년까지 추가적인 인간유전체및 모델동물 유전체 연구를 수행하고
병원균및 극한 환경미생물 유전체에 대한 연구도 수행할 예정이다.

이 연구사업이 성공리에 마무리될 경우 세포신호전달 조절, 세포분화와
세포주기에 대한 이해도를 크게 높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획득된 유전정보를 이용해 암세포의 발생을 억제하는 약품개발도 급진전
시킬수 있는 등 독자의 힘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을
정복할수 있는 길을 활짝 열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