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운 < 수산경제연구원장 >

원양어업은 외국의 근해나 공해를 어장으로 하여 수산물을 어획하는 산업
이다.

우리나라의 수산물 생산량은 연간 3백만t인데 대략 연안어업 양식업 원양
어업이 각각 3분의 1씩 생산하고 있다.

다만 원양어업의 경우 지난 92년의 1백만t을 최고 정점으로 그 양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있다.

특히 원양생산물 중에서 우리의 수산물 소비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명태의 98%, 꽁치의 80%, 오징어의 50%가 해외의 원양어장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이다.

원양어업의 성패는 그만큼 우리들의 식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그 쇠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우리의 원양어업은 현재 안팎으로 불어닥치는 환경변화로 말미암아
앞날이 밝지 못하여 업계나 정부 모두 걱정하는 마음으로 가득차 있다.

이미 96년 초에 유엔 해양법협약을 비준함으로써 원양어업의 터전인 해외
어장이 상실되어 생산능력이 줄어들게 되었다.

세계의 수산물을 국제적인 규제기관을 통해 관리하려는 추세에 따라 연안
국들 사이의 경계 또는 연안국과 공해를 들락날락하는 어종, 심지어 공해상을
회유하는 어종에 대해서도 국제적인 책임을 지우는 바람에 우리 나라의 원양
어업은 그 터전을 거의 잃어버리는 지경에 도달하였다.

여기에 국내수산물시장이 완전 개방되는 97년 하반기부터는 시장수요마저
값싼 외국산 수산물로 충당되기에 이르러 원양어업의 생산조건과 시장조건이
과거 어느 때보다 불리한 편이다.

더구나 국내 산업구조의 발전으로 어업이란 특수한 산업에 종사하려는
인력이 부족하고 투자하려는 자본이 부족하여 선원의 외국인화와 어선의
노후화로 생산성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어장의 국제화, 시장의 개방화에도 불구하고 원양어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기존의 해외어장을 확보하거나 새로운 원양어장의 개발, 합작개발수입,
국내의 연안개발, 아니면 전업이나 합병유도 및 정리조치 등의 여러가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원양어업도 하나의 산업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화의 과정에
편입하는 방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비록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연안에서 2백해리 떨어진 곳에 국가의 경계가
설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국경없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판에 2백해리가
경제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시장이 개방되면 우리 나라의 시장만 개방되는 게 아니고 해외의 시장도
개방된다.

따라서 세계의 수산물시장을 우리의 시장이란 세계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그 진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생산요소인 어장 자본 노동 기술, 그리고 정보가 국경없이 마음대로 움직
이는 시대에 과거의 원양어업에서 이루어졌던 해외어장 나의 선박 나의 선원
내기술이란 생산방식에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그러기 위해 정부도 원양어업이 세계화에 착수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
를 과감히 철폐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과거처럼 원양기업에 제공하던 각종 보조금도 공정무역질서에 따라
규제받기에 이르렀으므로 원양기업도 과거처럼 국가에 의존하는 체질에서
벗어나야만 할 것이다.

일본의 선박과 기술에다 중국의 선원으로 해외어장에서 조업하여 일본의
시장에 수산물을 공급하려는 일본 원양어업의 세계화 전략에 우리의 원양
어업도 한번 눈을 돌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