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호 <아더앤더슨코리아 상무>

석유화학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업인 다우케미컬은 산업평균이 5%도 되지
않는 신제품개발 성공률을 효과적인 특허권 관리를 통해 그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필립 모리스는 미국에서 가장 방대한 판매원조직을 가진 회사중의
하나이지만 판매원 개개인의 경험과 지식을 체계적으로 관리 전파함으로써
판매조직의 효율이 다른 어떤 기업보다 높다.

이 두 기업은 특허나 개인의 지식과 같은 조직의 지적자산을 체계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업의 지적자산은 특허권이든 개인의 지식이나 노하우든, 유형자산보다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훨씬 더 강력한 수단이라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이다.

오늘날 복잡한 기업환경은 소수의 경영진이 모든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불가능하다.

개개인의 지식과 경험을 조직 구성원이 공유하고 현업의 문제해결에
적용할수 있어야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개개인의 지식을 어떻게 조직구성원 전체가 공유하고 또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식경영은 이런 조직에 적합한 경영방식인 것이다.

즉 지식경영이란 조직구성원 개개인의 지식이나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발굴하여 조직내 보편적인 것으로 공유함으로써 조직전체의 문제해결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경영방식이다.

지식경영은 수만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경영컨설팅회사와 같은 지식
산업에는 이미 상당히 구현되고 있다.

경험과 지식을 축적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와 전문가들간의 네트워크가
없으면 지적서비스는 전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식경영은 지식산업에 속한 회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한 핵심적인 경영철학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새로운 사업기회의 발굴, 신제품개발기간의 단축, 효과적인 고객서비스
등 기업의 총체적 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들은 이제 더 이상 소수의 사람들이
결정해서는 성과를 얻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갖는 큰 강점의 하나는 방대한 조직을 통한 정보력에 있다.

그러나 실제로 조직이 커질수록 지식과 정보의 흐름은 더욱 어려워
진다.

국내의 많은 기업들은 인트라넷을 구축,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돈을 들인 인트라넷이 총무부의 공지사항을 전달하거나
부서장들의 전자결재에 주로 사용되는 실정이라면 인트라넷을 편리한
정보시스템 정도로 생각하는데 불과하고 인트라넷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거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식경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모든 직원들을 연결하는 인트라넷 같은
네트워크가 유용한 수단이긴 하다.

그러나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하거나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지식경영의 요체는 기업문화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과 같이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이나 노하우를
여간해서 나눠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 지식경영을 구현해야할 책임자나 해당 팀은 체계적인 정보에
접근할수 있음을 기화로 오히려 권력을 행사하는 사례도 종종있다.

개인의 지식이나 노하우를 어렵사리 체계화시켜 놓았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소기의 성과를 얻을수 없는 것이다.

지식경영이 확립되기 위해서는 개인지식을 공유함으로써 조직의 지식으로
만들고, 또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토록 하는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

아더 앤더슨이 지식경영을 도입하고 있는 미국의 1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한 조사에서도 정교한 정보네트워크나 다른 어떤 요소보다
기업문화가 지식경영의 정착에 핵심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화의 정착은 정보공유를 통해 개개인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줄수
있어야 궁극적으로 실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식경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제도와 전략이 필요하다.

지식경영을 본격적으로 구현하는 기업들은 개인이 지식공유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평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승진때 반영하기도 한다.

또 헌신적인 책임자와 팀을 구성하는 것도 지식경영의 성공에 중요한
요소이다.

요즈음 국내 기업들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명예퇴직, 비용삭감,
분할매각과 같은 축소지향적인 정책을 주로 시행하고 있다.

이런 정책들은 단기적인 성과는 있으나 개인지식의 활용을 위축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미국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그들의 최대 현안은
기업규모를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여년간 미국의 경영자들은 사업구조개편이나 다운사이징을 어렵게
추진해 왔고 그 성과를 지금 얻고 있는 중이다.

미국 경영자들은 격심한 경기부침을 겪으면서도 축소보다는 성장을
지향하는 적극적인 대처가 장기적인 경쟁력향상에 더 낫다는 경험을
얻은 것이다.

우리도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모든 분야에서, 예를 들면 고객만족
원가절감 판매관리등에 있어 조직의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총체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다.

지식경영은 이런 목표를 가능하게 하는 유력한 수단이 될수 있다.

왜냐하면 지식경영은 개인의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키는 학습조직을
지향할 뿐아니라 개인지식이라는 무형자산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개인의
동기부여를 촉진하는등 여러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