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적자 2백억달러"가 마침내 우려에서 현실로 바뀌었다.

이 불명예스러운 수치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2백3억7천9백만달러.

95년 무역적자가 1백억6천1백만달러였으니까 불과 1년 사이에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두배가 된셈이다.

여기에는 물론 반도체 가격의 폭락이 큰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16메가 D램 값은 95년말 50.6달러에서 지난해말에는 9.25달러로 무려
81.7%나 추락했다.

이 여파로 반도체 수출은 1백78억6천7백만달러에 그치면서 95년에 비해
19.2%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출입계획 수립 당시 예상했던 반도체 부문에서만의 수출실적은
3백7억달러선.

따라서 반도체 한 품목에서 무려 1백30억달러 가까운 차질을 빚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실 반도체를 제외한다면 수출은 늘었다.

반도체 이외의 품목 수출은 1천1백19억6천7백만달러를 기록, 95년보다
8.8%의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수출물량 자체는 95년보다 18.0%나 늘어 95년(26.2%) 94년(14.9%)등과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와 석유화학 철강등의 국제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출단가가
11.5%나 하락, 무역수지 적자 규모를 키웠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이가 무역수지로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또다른 요인을 쉽게 찾아 낼 수 있다.

즉 반도체등의 가격하락에 따른 수출부진외에 수입증가세가 무역수지 폭을
넓혔다는 분석이다.

원자재 자본재등의 수입은 큰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완제품을 만드는데 쓰일 것이고 완제품은 국내수요나 해외 수출로
사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의 경우 소비재 수입이 높아졌다는 점이 우려를 자아내는
요인이다.

소비재는 지난해 수입증가율과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모두
높아졌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20일까지 소비재는 1백61억6천만달러어치가 수입됐다.

95년 대비 증가율은 20.6%.

같은 기간 원자재는 10.0%, 자본재는 9.3%의 증가세에 그친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95년보다 62.8%가 늘어난 4억3천만달러어치가 수입된 고급승용차가 대표적
인 예이다.

특히 총 수입단가는 95년에 비해 0.7% 하락했음에도 소비재 수입단가는
4.2%가 상승했다.

문제는 올해다.

올해 수출입 전망도 밝은 구석은 그리 많지 않다.

세계경제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주력시장인 미국 일본 개도국등의
수출수요는 오히려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고임금 고금리 고지가로 요소비용은 높고 기술수준은 경쟁국보다
여전히 낙후돼 있다.

하반기부터 서서히 활기를 되찾는다는게 일반적인 전망이지만 작년의
"전망"이 엄청나게 빗나간 것을 감안하면 두고볼일이다.

따라서 경제계에선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수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비용구조 해소를 통한 경쟁력 향상, 규제완화등 바탕부터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숫자놀음이 아니라 구조개선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박기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