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보러 갑시다"

겨울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온가족 다함께 혹은 연인끼리 정겹게 관람할수
있는 대규모 전시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예년같으면 완전한 비시즌인 한겨울에 이처럼 대형전시회가 잇달아 열리고
있는 것은 최근 들어 가족단위로 미술관을 찾는 인구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

게다가 초.중.고교에서 방학중 미술전 관람을 과제로 내주는 곳이 많아
전시장마다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술전시회장은 또 미술품을 감상하면서 우아하게 데이트하려는 연인들에게
도 인기있는 만남의 장소로 급부상중.

따라서 미술관을 찾는 커플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관람객층이 두터워지면서 이들의 욕구에 맞는 가족단위 관람객을
위한 전시회, 교육.학습적 기능을 강조한 기획전에서부터 연인들을 위한
누드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시회들이 추위에 아랑곳없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각 미술관들이 이번 겨울휴가철에 마련한 전시회에는 특히 화집이나 교과서
등에서만 볼수 있던 귀중한 작품들이 많이 선보여 인기를 더하고 있다.

문화재급 고미술품들이 대거 선보이고 있는가 하면 외국 유명작가 작품
실물을 직접 감상할수 있는 자리도 마련돼 있다.

이번 겨울중 가볼만한 전시회는 호암갤러리(750-7874)가 2월12일까지 열고
있는 "몽유도원도와 조선전기 국보전"과 국립현대미술관(503-7744)이 31일
까지 개최할 "뒤러와 동시대작가 판화전" 등.

예술의전당 미술관은 29일까지 "달리의 초현실-그 환상의 흔적전", 서예관
은 26일까지 "고려말 조선초의 서예전"을 연다.

이밖에 경주 선재미술관(0561-745-7075)도 31일까지 콜롬비아출신의 거장
"보테로전"을 마련한다.

일본 천리대가 소장중인 몽유도원도 원본이 전시되는 "조선전기 국보전"은
조선개국부터 임진왜란까지 2백여년간의 중요문화재 2백20여점이 선보이는
전시회.서화 도자및 불화 전적 공예품 등 다양한 분야의 국보 14점과 보물
37점, 일본의 중요문화재 7점이 공개되고 있다.

몽유도원도는 세종 29년(1447년) 안평대군이 도원경을 노니는 꿈을 꾼뒤
궁중화가인 안견에게 내용을 일러주고 그리게한 것.

정인지 김종서 성삼문 박팽년 신숙주 등 당시 최고의 사대부 20여명이
그림을 찬양한 제찬과 안평대군의 발문이 첨부돼 있다.

조선조 최고의 회화로 꼽히는 몽유도원도는 임진왜란당시 약탈된뒤 여러
소장가의 손을 거쳐 50년대에 천리대박물관으로 넘어갔다.

"뒤러와 동시대작가 판화전"은 에칭판화를 창시한 뒤러를 비롯한 15세기
독일작가들의 뛰어난 예술수준을 함께 감상할수 있는 전시회.

독일 브레멘박물관에서 대여해온 1백20여점의 작품들로 기독교사상을 정교한
동판화에 담아 보여준다.

예술의전당이 마련한 달리전에는 스페인 출신으로 초현실주의 미술양식의
거장인 작가의 유화 수채화 아크릴화 등 다양한 작품 1백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기이한 공간구성과 형상, 몽환적 표현 등 달리의 개성을 한눈에 살펴볼수
있는 전시회.

"고려말 조선초 서예전"에서는 대변혁기인 여말선초의 서예및 탁본 1백15점
을 감상할수 있다.

이제현 정몽주 안평대군 박팽년 성삼문 조광조 이언적 이암 등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들의 친필을 직접 대할수 있는 전시회로 "별시첩"
"감지은니묘법화경" 등 국가지정문화재 16점이 포함돼있다.

경주 선재미술관의 "보테로전"은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은 듯한 우스꽝스러운
인체그림과 조각으로 유명한 작가의 50~90년대작 1백여점을 소개하고 있다.

12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한국누드미술 80년전"도 볼거리.

한국 현대누드회화의 대표작들을 한자리에 모은 이번 전시회는 해방이후
제작된 1백여점의 작품을 보여준다.

누드화가 감각적인 호기심을 유발하는 외설작품으로까지 매도되고 있는
현실에서 누드미술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됐다.

사진으로 소개되는 우리나라 최초의 누드화 김광호작 "해질녘"(1916)을 비롯
이인성의 "가을의 어느날"(1934), 김인승의 "나부"(1936), 월북작가 이쾌대의
"군상4"와 현대작가들의 근작누드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누드가 망라돼 있다.

그런가 하면 "97 문화유산의 해"를 앞두고 우리 전통문화의 진수를 음미해
볼수 있는 다양한 전시회들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모은다.

경복궁안 한국전통공예미술관에서는 13일까지 "한국의 탈"특별전을 열고
있다.

국보로 지정된 하회별신굿 놀이탈을 비롯 처용탈 방상시탈과 봉산탈춤
강령탈춤 통영오광대 송파산대놀이에서 쓰이는 탈등 3백여점의 전통탈들이
선보이고, 탈놀이의상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안 궁중유물전시관에서는 26일까지 "조선왕실 그림전"을 열어
격조높은 옛 궁중회화를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소장유물중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80여점의 회화들이 나온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들은 17세기이후 도화서 화원들이 그린 작품들.

산수 화조 사군자 어진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병풍과
가리개형태.

궁중내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화조병풍도와 정조대왕의 수원릉 참배행렬을
그린 능행도, 사도세자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애견도와 백성들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그린 일월오봉도 등이 눈길을 끈다.

< 백창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