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의 첫 컬럼은 꽤 신경 쓰인다.

뭔가 일년의 지표가 될만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옆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K부장이 지나가듯 말했다.

"올해는 80대를 쳐봐야지"

그 말을 듣고 난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올해 독서를 하자"는 목표는 목표가 아니다.

그것은 "책 좀 읽어야지"하며 실제로는 책 한권 읽지 못하고 일년이
훌쩍 지나가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따라서 독서의 진정한 목표는 "올해 책 50권을 읽자"식이 돼야 한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올해 연습 좀 하자"는 목표는 실제 일년이 다가도록 연습장 한번 안가는
결과가 될 뿐이다.

K부장의 80대 목표도 "언젠가 이뤄지겠지"하며 일년이 날라가 버릴
확률이 높다.

어떤 목표도 목표에는 구체성이 있어야 한다.

막연히 "80대에 진입하자" 보다는 "5월15일까지 80대를 친다"는
싯점상의 목표나 "올 전체 라운드의 스코어 마지노선은 87타"라는 등
스코어상 목표가 존재해야 한다.

구체적 목표는 골프에 "관리 동기"를 부여한다.

숫자로 나타나는 구체적 목표가 있으면 플레이할때마다 그 숫자를
생각하며 스코어를 관리하게 된다.

반면 "언젠가 되겠지"하면 그 언젠가라는 "푹신 푹신한 쿠션" 때문에
다음번만을 기약하며 일년이 흐른다.

올해 당신의 골프 목표는 무엇인가.

1월1일자 "미나왕 골프"와 같이 일단은 목표가 정해져야 그 목표 접근을
위한 노력이 생겨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