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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춘기고] "동아시아, 기술형 '성장엔진' 개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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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모리 히사오 < 일본 경제연구센터 이사장 >

    중국 신흥공업국(NICS) 동남아국가연합(ASEAN) 등 동아시아국가들은 지난
    70년 이래 세계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6~7%대의 성장률을 보여왔다.

    이같은 성장세는 대만 홍콩 싱가포르 한국 등 아시아의 신흥공업국에서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중국 베트남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21세기에는 아시아의 세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세계은행은 구매력을 평가기준으로 할 때 오는 2020년의 GDP 상위 7개국은
    중국 미국 일본 인도 한국(통일을 전제) 인도네시아 독일순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는 5개의 아시아국가가 포함돼 있다.

    이와는 반대로 아시아의 성장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경제학자도 있다.

    미국의 파울 크루그만은 지난 94년에 해외사건(Foreign Affairs)지 11-12
    월호에 "아시아의 신화와 기적"(The Myth of Asia & Miracle)이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 아시아의 고성장은 기술진보에 의한 것이 아니라 노동 및 자본
    증가에 의한 것이므로 아시아에서 성장세가 지속되리라는 생각은 환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경제를 장기적으로 예측하기는 힘들다.

    아시아에 대한 세계은행의 전망은 현재의 고성장수준을 연장시킨 것으로
    지나치게 단순화한데서 비롯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크루그만은 성장회계라는 계량경제학의 방법을 사용했으나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못한 결점을 지녔다고 생각된다.

    한국은 발전 초기인 지난 60년대에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를 건립,
    기술 발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대만도 비슷한 시기에 신죽에 과학공업단지를 세워 전자산업 발전을
    꾀했다.

    크루그만은 이런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제는 다양한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성장되므로 간단하게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본경제에 비춰볼 때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요인으로는 <>제도
    <>기술 <>가치관 <>인간의 능력 등 4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아시아국가들의 상황을 이와 관련해 살펴보자.

    첫번째 요인은 제도이다.

    경제발전을 위한 가장 뛰어난 제도는 "개발국가형 시장경제"이다.

    유럽과 미국형 시장경제와는 달리 국가의 개입이 많고 국가와 민간기업과의
    협력이 중시되는 경제체제를 말한다.

    개발국가형 시장경제는 아시아에서 널리 보급되고 있다.

    아시아국가중에서는 일본이 2차대전이후 이같은 체제아래 경제발전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어 대만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가 이체제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필리핀도 성장궤도에 올라있다.

    발전이 가장 저조한 것은 사회주의경제체제인데 사회주의국가들은 현재
    크게 변화했다.

    중국은 등소평이 지난 79년이래 시장경제를 도입,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기
    시작했다.

    베트남도 지난 86년 도이모이정책에 따라 자유화를 단행하고 부터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사회주의경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참담한 경제
    상황에 처해있는 북한이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최근 시장경제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나진-선봉지역에 자유경제무역지대를 설치, 지난해 9월 26개국에서
    4백39명의 외국인을 초청, 국제투자비즈니스포럼을 개최했다.

    폐쇄적이던 북한이 인프라도 미비하고 개발자금도 부족한 나진-선봉지역에
    자유무역지대를 만든 것은 자유화정책을 수용, 외자도입을 꾀하기위한 시도
    이다.

    이처럼 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개발형 시장경제가 확산되고 있으며
    선진국그룹에서는 시장경제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규제완화가 현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가 되고 있다.

    또 대만에서는 지난해 대통령 직접선거를 치렀고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
    기구)에 가입했다.

    이들 나라에서는 경제의 발전단계가 진전될수록 관민협조체제에서 민간
    기업중심의 시장경제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구조변환이 잘 진행되는지 여부가 국가의 장래성장력을 좌우할
    것이다.

    순조롭게 진척될 것으로 확신한다.

    외자도입 등 열성 경제성장에 중요한 또하나의 요인은 기술이다.

    2차대전후 일본은 매우 열성적으로 미국의 기술을 도입했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과 대만도 기술도입에 의한 연구개발에 전력을 쏟았다.

    그외의 나라에서도 선진기술 도입에 의한 발전이 이뤄졌다.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에서는 한때 다국적기업의 지배를 염려해 외국의 직접투자를
    제한하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지금은 각국이 외자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시아국가들 가운데 투자국이란 일본밖에 없었으나 최근 들어 대만과
    한국도 투자국대열에 올랐다.

    이러한 자본이동에 수반돼 섬유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전자 등 많은 산업
    에서 국제적인 기술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전자산업의 경우 기술전이가 매우 빠르다.

    이제 아시아가 노동집약적 제품생산지라는 이미지는 급속히 변하고 있다.

    세번째로 가치관도 경제성장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아시아에서는 유교문명의 영향이 강하게 남아있는 나라가 많다.

    유교가 경제성장에 공헌했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여러가지설이 있다.

    그러나 유교가 <>능력주의를 통해 엘리트를 선택하는 것과 <>집단을 존중
    하고 질서를 강조하며 <>학문과 자기연마를 중시하는 점 등은 공업문명과
    연결돼 경제발전에 공헌했다고 볼수 있다.

    또 경제가 발전단계로 접어들어 국민들이 노동의 대가로 생활이 윤택해진
    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하면 가치관이 급속히 변화, 성장에 대한 국민들의
    의욕이 강해진다.

    일본에서는 지난 70년을 경계로 경제성장률이 반감했다.

    이런 현상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나 일본의 경우 이미 경제성장이
    일정한 궤도에 올라 생활수준이 향상됐다.

    따라서 국민들의 성장의욕이 약해져 노동보다는 여가증대를 요구하게 된
    것이 하나의 이유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아직 많은 아시아국가들 가운데에서는 성장주의가 대세이며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성장에 필수적인 나머지 요인이 인간이다.

    여기서 인간이란 고전파 경제학에서 말하는 노동력만을 뜻하지 않는다.

    지도자 기업가 전문기술자 노동자 등을 모두 포함한 인간을 의미한다.

    2차대전후의 아시아에서는 우선 지도자가 풍부했다.

    일본의 이케다 하야토, 싱가포르의 이광요,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대만의 이등휘, 중국의 등소평 등의 지도자는 모두 국내 안정을 도모해
    국민의 관심을 경제발전에 쏟도록 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예는 한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적극적인 기업가들이 있었고 유능한 전문 기술자들이 지도자를 도왔다.

    근면하고 숙련된 노동자가 많았다.

    인간이란 미래를 알수 없는 존재이니까 앞으로도 아시아의 각국에서 현명한
    지도자가 나온다고 보증할 수는 없다.

    광신적인 리더가 나와 아시아의 발전을 망쳐놓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각국에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면 그 위험은 줄어들 것이다.

    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과 함께 후진국으로 불리던 동아시아가 이제는
    세계 경제발전의 "엔진"으로 불리게 된 것은 실제로 놀랄만한 일이다.

    동아시아가 그만큼 우수한 조건의 혜택을 받은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조건을 잘 육성해 21세기에 한층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마음든든한 것은 아시아에서 APEC라는 경제협력체제의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APEC는 지난 89년 호주의 호크총리의 제창으로 탄생됐다.

    당초에는 단순히 대화에 의한 정책조정 포럼으로 발족됐으나 지난 93년
    시애틀에서 열린 제5차회의 이후 조직화된 정책조정기구로서의 성격이 강해
    졌다.

    그 후 지난 94년에는 보고르선언이 채택됐으며 지난해에는 오사카행동
    지침도 마련됐다.

    이어 지난해 11월 필리핀에서 열린 APEC정상회의에서는 무역-투자의
    자유화를 원활히 수행하기위한 마닐라행동계획도 만들어졌다.

    APEC의 기본이념은 "개방된 지역주의"로 역내에서 합의한 내용은 기본적
    으로 차별없이 역내에 적용된다는 획기적 원칙을 바탕으로 한다.

    또 이러한 원칙은 협조적이고 자발적인 행동에 의해 시행되는 것이다.

    APEC는 여타 경제협력기구와는 달리 강제력이 없다.

    따라서 실효를 거두기 힘들다는 비판도 있어왔지만 마닐라 회담에서는
    지난 95년의 오사카 정상회담이후 각회원국간의 무역자유화를 위한 협조.
    자발적인 노력이 구체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각료회의에서는 인프라정비에 대한 민간부문의 참여와 보험 및 금융
    기관의 협력 등 회원국간 경제협력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APEC의 기틀을
    마련했다.

    APEC회원국은 현재 1백84개국인데 콜롬비아 에콰도르 인도 마카오 몽골
    파키스탄 파나마 페루 러시아 스리랑카 베트남 등 11개국에서 가입의사를
    밝히고 있다.

    따라서 APEC는 앞으로 아시아.태평양국가들을 망라하는 방대한 조직이
    될 것이다.

    일본경제연구센터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아시아(일본 중국
    NICS ASEAN) 각국의 GDP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95년의 25%에서
    2020년에는 31%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같은 전망치는 지난 95년 세계에서 북미(24%)와 서유럽(22%)이 차지했던
    비율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아시아각국은 그러나 자국의 경제적인 이익만을 주장하면 국제적인 마찰만
    커질뿐 공동의 발전과 세력확장을 거스르게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아시아국가들이 협력과 협조를 더욱 강화해 나간다면 21세기에도 세계
    성장의 주역이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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