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인천발전연구원 원장 / 성균관대 교수>

새해 97년 경제전망을 그리 밝지 못하다.

정부경제연구기관과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모두 올해 경제가 작년보다
못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비관적 경제전망은 정부와 집권여당에게 적지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오는 12월에는 대통령선거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쯤 우리경제가 회복국면에 있을 것으로 기대했음직도
하다.

그러나 지금 우리경제는 악화되는 국면에 있어 그간 정부의 경제운용과
경기조절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풀이할수 있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물가는 오르며 경상적자가 사상최대규모로 확대된
이유는 우리나라 수출상품의 국제가격하락 엔화약세 시장개방확대등 국내외
경제여건이 우리나라에 불리하게 작용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동안 경제정책을 이끌어 온 경제팀에게도 그 책임을 묻지않을
수 없다.

12월 대통령선거를 남겨놓고 앞으로 물가가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표출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인가에
대해 매우 궁금해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대통령이 어디에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서 국책의 우선순위가 달라진다.

과연 중요한 국책사업은 대통령이 직접 챙겼다.

70년대 중반 우리나라 중화학공업을 일으킬 때 고박정희대통령은 직접
사업장을 뛰어다니면서 필요한 금융.세제상의 지원을 퍼부었다.

수출지원정책도 마찬가지였다.

월례수출확대회의라하여 전 각료와 수출업계대표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대통령이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수출목표 달성여부를 대통령이 직접 점검하고 평가해 실적이 부진하면
필요한 대응책을 마련해 시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행정부처의 특징과 관료의 속성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선두에서
지시하고 챙겨야 중요한 국책사업이 뜻한 바대로 이뤄졌던 것이다.

그런데 부처이기주의와 관료의 무사안일이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같다.

문민정부 초기때 김영삼대통령은 "경제를 살리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신경제 1백일 정책을 단행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잠깐동안 빛을 내다가 수명을 다했다.

어떤 정책이든 지속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학계로부터 정책의
합리성과 정당성을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정부의 정책신뢰성이 낮은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불행하게도 김대통령의 신경제 1백일 정책은 학계로부터 크게 인정받지
못했다.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해 학계로부터의 시비논쟁이 있었던 정책중에
미국의 레거노믹스(Reaganomics)가 유명하다.

이것은 80년대초 미국의 레이건대통령이 강조한 경제정책을 가리킨다.

그는 당시 미국이 겪고 있던 고실업과 고인플레의 스태크플레이션을
치유하기 위해 조세감면이 주내용인 총공급정책을 내놓았다.

레이건대통령의 경제참모인 래퍼박사는 레거노믹스의 아이디어를 아주
쉽고 간결하게 설명했다.

조세감면은 기업가의 투자의욕을 고취시키고 소비자의 구매활동을
강화시켜 주기때문에 결국 세금도 잘 걷히면서 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레거노믹스는 "립서비스"만 할뿐이지 경기부양효과도 별내지
못하면서 심각한 재정적자문제를 유발할 것이라고 학계 일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래도 대체적으로 레거노믹스의 논리성은 그런대로 인정받았고 결국
레이건대통령은 2차연임까지 할 수 있었다.

올해 우리 경제는 성장 물가 경상수지면에서 모두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도 스태그플레이션 속에 대규모 경상적자 문제를
안게된다는 것이고 이같은 현상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기업의 기술개발과 투자확대, 국민의 소비절제와 저축제고,정부의
규제완화와 정책신뢰제고 등을 통해 우리의 고비용-저효율문제를 풀어가야
하겠지만 새해에는 물가안정과 수출확대를 위해 대통령의 특별한 역할이
필요하다.

경제문제를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삼고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가지고
경제문제를 챙겨야 정책의 실효를 거둘수 있다.

누가 새로 대통령이 될지 지금은 아무도 알수 없겠으나 대다수 국민의
바람은 경제대통령이 선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이 반드시 경제의 모든 것을 속속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경제대통령이란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고 물가안정을 비롯해 민생 관련
경제문제 해결에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어 경제각료와 더불어 문제를
점검하고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대통령을 가리킨다.

과거 고도성장기 때와는 달리 지금은 저성장률시대이기 때문에
적정성장률은 6%대라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주장은 우리경제가 이제는 규모가 커져서 달리는 속도가 조금
둔화된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다.

그런대로 일리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가의 투자마인드가 저조하고 근로자의 근무자세가
해이해져 있으며,적지않은 국민들이 과소비 풍조에 빠져있다는 사실이다.

기업가가 사업의욕을 되찾고 노동자의 근로의욕이 되살아나고 국민들이
건전한 소비행태를 유지한다면 그때의 성장률을 우리경제의
적정성장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국내외 경제여건을 감안할 때 97년 경제는 96년 보다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물가안정과 수출확대에 최우선순위를 두어 직접
챙겨준다면 그리고 기업가 노동자 국민들이 각자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유지해준다면, 97년 경제는 원래 전망했던 것보다는 많이 좋아질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