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의 "금융개혁위원회"가 설치된다.

위원회는 금융산업개편과 규제완화 등 금융산업 경쟁력강화를 위한 방안을
만들게 된다.

물론 개혁위원회가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그렇지만 금융계는 금융개혁위원회 설립 발표를 보고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금융개혁, 곧 은행간 합병"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금융개혁의 목적은 금융산업의 경쟁력강화이고 그러자면 은행대형화가
필수적이며 그 수단은 자연 은행간 합병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따라서 개혁위원회가 은행간 합병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물밑에서 논의되던 은행간 합병시나리오는 이제 현재형
으로 떠오를 공산이 커졌다.

물론 현재로선 어느 은행이 합병대상이 되고, 어느 은행이 합병주체가
된다고 선뜻 단정할수는 없다.

그동안 진행돼온 일련의 정부정책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은행법 개정을 통해 합병주체(비상임 이사회)를 확보했다.

금융산업 구조개선법 개정을 통해선 합병을 훨씬 쉽게 했다.

또 노동관계법 개정을 통해 종업원정리를 가능토록 했다.

여기에 금융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킴으로써 은행간 합병을 더욱 촉진시킬
계기를 마련했다.

따라서 15개 시중은행과 10개 지방은행은 물론 특수은행들까지 합병태풍에
휘말렸다고 보는게 정확하다.

현재까지 나돌고 있는 은행간 합병 시나리오는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합병주체에 촛점을 맞춘 것으로 정부지분이 많은 은행이 우선
대상이 되리라는 시나리오다.

아무래도 정부지분이 많거나 영향력이 큰 은행일수록 정부의사에 따라
합병이 용이할 것이다.

둘째는 현재 은행의 경영상태나 가치 등을 기준으로한 시나리오로 시장
원리에 비교적 충실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셋째는 합병의 효과를 극대화할수 있는 시나리오로 업무나 상호보완적인
은행을 인위적인 합치는 방안이다.

<> 정부지분이 많은 은행간 합병

=합병의 주체(정부)가 분명한 만큼 합병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대주주인 정부가 합병을 "결심"만 하면 얼마든지 합병을 할수 있다.

또 대상은행 대부분이 대형은행이고 독특한 장점을 갖고 있는 은행이어서
합병의 효과도 극대화할수 있다.

이 대상으로는 국민 외환 동남 대동 장기신용 평화은행과 기업 주택 산업
수출입 등 국책은행이 우선 꼽히고 있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정부지분을 보면 <>국민 17.08% <>외환 47.9%(한국은행
보유) <>동남.대동 각각 14.0%와 15.2%(기업은행과 국민은행 보유) 등이다.

또 평화은행은 포철을 비롯 국민 기업 국민 주택 산업은행이 34.2%의 지분을
갖고 있다.

기업 주택은행도 정부가 대주주이며 개발기관인 장기신용은행도 정부의
영향력아래 놓여 있다.

이를 근거로 나타나는 시나리오는 여러가지다.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설득력을 갖고 나도는게 외환은행과 국민은행의
합병이다.

두 은행은 합병이 용이하다는 점 외에 각각 국제금융과 소매금융에 노하우를
갖고 있는 특성상 합병의 효과를 극대화할수 있다는게 장점이다.

또 <>중소기업 전담은행인 기업 대동 동남은행을 합하는 방안 <>서민은행인
국민 주택 평화은행을 합하는 방안 <>장기설비 금융기관인 산업 수출입
장기신용은행을 합하는 방안등이 거론되고 있다.

<> 은행 경영실적을 기준으로한 합병

=금융연구원이 상장돼 있는 19개 일반은행을 대상으로 작성한 시나리오가
대표적이다.

금융연구원은 9개 시중은행과 10개 지방은행 등 19개 일반은행을 시장가치
등을 따져 <>합병의 주인이 될 은행(생존유망은행) <>대등합병을 통해 대형화
를 추진할만한 은행(피합병가능은행) <>합병될 가능성이 높은 은행(합병타킷
은행) 등 세그룹으로 분류했다.

이중 조흥 국민 신한 등 3개은행이 합병의 소용돌이속에서 살아남거나 다른
은행을 흡수합병할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생존유망은행으로 꼽혔다.

이들 은행을 중심으로 은행간 판도가 재편될 것이란 주장이다.

그 다음으론 상업 제일 한일 서울 외환 등 5개 시중은행이 대등합병을
추진할수 있는 피합병가능은행으로 분류됐다.

다른 은행을 흡수통합하기엔 다소 역부족이지만 1대1의 대등합병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이를 근거로 조흥.한일은행간 합병이 나돌았으며 최근엔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서울 제일은행을 다른 대형시중은행이 합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효과극대화를 기준으로한 합병

=업무나 영업지역이 상호보완적인 은행을 합치는 것이 인원정리 등 후유증을
최소화하면서 시너지효과를 얻을수 있다는 근거에서 나온 시나리오다.

김인기 중앙대 교수와 김장희 국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공동 작성한
시나리오가 널리 이용된다.

두 사람은 업무특성이 유사한 은행간 합병케이스로 동남 대동 기업은행간
합병(중소기업 전담)과 외환 광주은행간 합병(외환전문)을 꼽았다.

또 업무영영이 겹치는 <>경남 동남 대동은행간 <>광주 전북은행간 <>충청
충북은행간 <>경기 충청은행간 합병도 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하나 신한 보람 한미 평화 동화 등 후발은행간 합병도 실현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이외에 <>선발시중은행과 후발시중은행간 합병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합병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합병도 거론되고 있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