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재계인사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특징은 세대교체.

전문경영인은 물론 오너에 이르기까지 세대교체의 세찬 바람이 불었다.

종전의 간판스타들이 물러나고 뉴페이스가 부상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삼성그룹에선 황학수, 소병해 부회장 등 원로급 경영인들이 상담역으로
물러넜다.

황선두 종합화학사장, 임동승 증권사장, 윤기선 제일기획사장 역시
경영일선에서 손을 뗐다.

김광호 이필곤 회장 등 그룹의 간판급 경영인들은 해외본사로 전보됐다.

빈자리는 대부분 젊은 경영인들로 채워졌다.

LG그룹은 아예 60세 이상 경영인은 퇴진을 원칙으로 했다.

박수환 LG상사사장은 "60세 룰"에 걸려 몇개월 차이로 사장직을 내놓아야
했다.

현대그룹도 마찬가지.

이현태석유화학회장이 고문으로 추대돼 경영일선에서 손을 뗐으며 박재면
엔지니어링회장도 후선으로 물러났다.

이에앞서 현대는 지난해 초 이춘림 김동윤 송윤재 회장 등 창업 1세대를
모두 경영일선에서 은퇴시켰다.

쌍용그룹에선 세대교체가 인사의 주된 모토였다.

이주범 총괄부회장과 이상온 쌍용화재사장, 이영선 남광토건 사장등이
모두 고문으로 물러났다.

이로써 쌍용그룹에선 60세 이상 경영인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는 김석준 회장 체제의 출범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선수경영과 공격경영을 구체화시키고 그룹 전 계열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선 젊은 경영진이 필요하다고 판단됐다"(쌍용 기조실)는
것이다.

회장의 경영전략을 반영했음은 물론이다.

이같은 세대교체 바람은 비단 전문경영인의 영역에서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오너회장들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연초부터 한라그룹의 정인영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 앉고 그의 차남인
정몽원부회장이 새회장에 몰랐다.

성우그룹도 정몽선회장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지난해 말에는 두산그룹이 박용오 회장체제로 새진용을 갖춘 바 있다.

재계 총수의 이같은 세대교체 바람은 사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흐름이다.

정몽구 현대그룹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회장, 정보근 한보그룹회장,
박정구 금호그룹회장 등이 모두 지난해 세대교체를 통해 전면에 부상한
새 회장들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세대교체가 곧 공격경영을 부른다는 점이다.

이는 조직의 메커니즘상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최고경영자가 젊어지면 조직도 이에 맞춰지는 게 보통이기 때문.

더구나 젊은 최고경영자는 변화와 개혁을 원한다.

오너와 전문경영인 모두 마찬가지다.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와 실적을 꾀하게 된다.

결국 재계의 세대교체성 인사는 불황을 정면으로 받아치겠다는 "공격적인"
전략을 반영하고 있다.

세대교체가 불황타개형 인사의 백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세대교체성 인사의 결과가 반드시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삼성그룹은 이학수 비서실장체제로 세대교체를 이루면서 불황타개를
선언했지만 그 결과는 미지수다.

통상 기계적인 실적주의는 경영자들을 단기성과에 주력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빚는다.

"장기적 안목보다는 눈앞의 성과에 치중하고 위기관리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론을 딛고 젊은 총수와 경영인들이 보여줄 활약이 기대된다.

<이의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