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판지(대표 강빈구)의 부도는 업계의 가격덤핑에 따른 수익감소와 과잉
투자에 따른 누적결손, 사업다각화의 실패가 겹쳐 빚어진 것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돼 왔다.

지난해 6월말현재 8천9백40%에 달하는 부채비율이 이를 반증해 준다.

골판지원단및 골판지상자, 산업용 펄프몰드등을 생산해온 이 회사의 납입
자본금은 42억원이나 자본총계가 3억2천만원으로 38억8천만원의 자본잠식
상태이다.

지난해 6월말현재 누적결손금은 65억원이며 95년 매출액은 1백26억원이다.

태영판지는 업계의 골판지공급과잉으로 인한 덤핑판매성행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져 4년연속 적자를 내왔다.

게다가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는 핸디캡 때문에 제지원료를 현금으로 사오고
골판지사용업체로부터 납품대금을 어음으로 받아온 점도 자금난을 악화시킨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공해완충포장재인 펄프몰드의 수요증가에 대비, 미국의 암코파이버셀사와
의 기술제휴로 경기도 평택에 투자한 펄프몰드공장 시설투자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과다한 투자에 비해 펄프몰드부분의 매출증가가 미미했던 것.

무리한 사업다각화도 부도를 부채질했다.

적자탈출을 위해 무연쓰레기 소각로설치작업에 손을 대 지난해 12월
폐기물처리업체인 동운산업과 55억원상당의 호스킨슨 무연소각로시스템공급
계약을 체결하는등 애를 썼으나 흑자전환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8월 33.3%의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의 암코파이버셀사가 3백50만
달러(28억원)를 무상증여, 순자산이 늘어나기도 했으나 어려워진 경영상태를
호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신재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