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개편과정에서 이 문제만큼 정부를 고민케 한 것도 없다.
은행합병문제가 거론돼도, 은행산업 개방이 논의돼도 "은행소유구조"
문제는 늘 따라다니는 숙제였다.
이는 정부가 최근 비상임이사회제도를 도입하면서 보여준 행태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정부는 당초 20대 대기업그룹까지 비상임이사회 참여를 배제할 방침이었
다고 한다(이종구 재정경제원 금융제도담당관).
그러던 것이 10대 대기업그룹으로 줄어들었고 시행령에선 아예 "5대그룹
배제"로 축소됐다.
은행의 대주주인 산업자본(대기업)에 대해 경영참여를 인정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선뜻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금융개혁위원회가 발족하게 되면 어떤 형태건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정리"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 경우 초점은 두가지다.
첫째 시중은행 4%, 지방은행 15%로 돼있는 은행주식에 대한 동일인 보유한
도를 어느 선까지 확대하느냐는 것이다.
둘때는 지분을 확보한 산업자본으로 하여금 은행을 직접 경영토록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물론 지금도 대기업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상당한 규모로 은행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삼성그룹의 경우 최하 3.9%(조흥은행)에서 최고 6.66%(상업은행)
까지 보유하고 있다(금융연구원 자료).
임직원 보유 등을 통한 위장분산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대기업의 은행
주식 보유비중은 이보다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금융자율화 및 금융시장개방에
보조를 맞춰 이같은 현실을 제도로서 흡수, 동일인 보유한도를 높이자고
주장한다.
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은행간 합병이 필요하고 합병을 만들어
내자면 이를 추진할 주체가 뚜렷히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 실질적인 주인이 있어야 책임경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인식도 꽤
광범위한 편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에 가입했기 때문에 선진국에서
허용되는 것과 비슷한 수준(10%정도)으로 소유지분한도에 대한 규제를 완화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심지어 은행업 개방(98년)이 이뤄질 경우 해외에서 금융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산업자본이 국내에 현지법인을 설립, 실질적으로 국내 은행업에
진출할 가능성도 상정된다.
또 은행 증권 보험의 3대축간 칸막이 허물기가 본격화 한다면 금융기관간
소유제도의 형평성도 고려치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동일인 보유한도 확대가 이뤄질 경우 이는 곧 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영향력이 강화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부가 대기업의 은행진출을 일시에 전면적으로 용인하기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선진국의 예만 해도 산업과 금융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분리돼있다.
굳이 선진국을 들먹이지 않아도 당장 몇가지 부작용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경쟁기업에 대한 대출제한 <>관계사에 대한 편중여신 <>금융기관 정보의
부당한 이용 <>경제력집중 심화 <>금융기관 도산위험증가 등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산업자본의 은행지배를 인정하더라도 대단히 조심스럽게
또는 다단계에 걸쳐 서서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지방은행에 대해 "오너있는 경영"을 시험토록
하는 것.
그런 다음 성과 및 부작용을 봐가며 후발 시중은행에로 이를 확대하는
것을 예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선발 시중은행에 대해서도 대기업의 은행지배를 허용할 공산은
현재로선 희박하다.
무엇보다 아직 국민정서가 뒷받침되지 않은데다 사회경제적 파장도 막대
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5대그룹의 비상임이사회 참여제한을 폐지한다든가 대주주에
이사회 티켓을 더 주는 방식을 통해 "기업성"과 "공공성"의 조화를 꾀하는
절충안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주총부터 모습을 드러낼 비상임이사회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
하다.
금융계에서는 비상임이사회의 운영결과가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에
결정적인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일부에서는 요즘 일본에서 한창 논의되고 있는 "금유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해 소유구조문제의 매듭을 풀어보자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 이성태기자 >
<< 선진국 은행소유구조 현황 >>
<> 미국 : 은행지주회사법 등 금융관계법률에 따라 은행업과 상공업간의
결합이 원칙적으로 금지.
기업의 은행주식 보유는 지분율 25%.
누적지분율이 10%이상일 때는 변동시 감독당국의 사전허가 필요.
은행의 상공업영위도 불가.
은행지주회사의 기업주식보유는 지분율 5%이내로 규제.
<> 영국 : 은행경영권도 영란은행의 감독대상.
15%이상 은행주식을 소유해 경영에 참여할 경우 영란은행이 경영건전성에
관한 자료를 요청.
<> 일본 : 은행 주식소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법은 없음.
일반적으로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음.
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
<> 독일 : "독점금지법"이외에는 특별한 소유제한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
실정.
<> 호주 : 은행법에 따라 기타법인의 은행주식소유가 재무성의 허가없이
10%를 초과할 수 없으며 15%를 초과할 경우 총독의 허가 필요.
<> 캐나다 : 스케줄 I은행은 대주주 지분율 상한이 10%이며 외국인(미국인
제외)이 합쳐서 25%이상 소유금지.
스케줄 II은행은 10%이상 소유할 수 있으나 외국인 25% 소유상한제도는
적용.
<> 이탈리아 : 90년 개정된 독점금지법에 따르면 여타법인의 은행소유
상한은 1 5%이며 개인이 5%이상 소유할 때는 중앙은행의 허가필요.
<> 네덜란드 : 은행 소유의 5%이상으로 경영권 참여를 할 때는 재무장관의
허가 필요.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