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포커사 인수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대한항공 현대우주항공 등 국내 항공기 제작4사가 공동으로 항공회사 설립을
추진중이다.

13일 업계의 고위관계자는 "항공4사가 네덜란드의 중형기업체인 포커사
인수가 무산된 이후 항공산업의 원할한 발전과 대정부창구의 일원화를
위해서는 총괄회사가 필요하다는데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며 "빠르면 이달
말께 합작회사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의 이해관계속에서 중립을 지키고 국책사업을 원할히
진행시키기 위해서 정부가 10% 이상의 지분을 참여하는 공기업 형태를 추진
중"이라며 "총괄회사가 수주를 해오면 소속4사가 생산을 나누어 맡는 식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4사 공동출자에 의한 항공기 회사가 탄생하면 이는 독일의 다사,
프랑스의 에어로스파시알, 영국의 브리티쉬에어로스페이스, 스페인의 카사
등이 참여해 공동영업과 분업생산을 하는 유럽 에어버스사의 한국판이 되는
셈이다.

항공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던 항공업계가 이처럼 합작
회사의 설립에 나선 것은 한.중중형기합작개발사업과 포커사 인수가 무산
되는 과정에서 "업계가 분열하면 실익은 하나도 없게 된다"는 점을 뼈저리게
인식했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 최대의 생산물량인 KFP사업(F-16 전투기 생산)이 오는 99년
종료되는 반면 고등훈련기(KTX- )사업 다목적헬기사업 중형항공기사업 등
후속 국책사업이 난항에 빠져 있어 하루빨리 업계의 목소리를 통일, 이를
진행시켜야 한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삼성항공이 사천공장에 4천억원, 현대우주항공이
서산에 1조원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후속물량을 조속히 확보
하지 않으면 업계 전체가 위기상황에 빠질 수 있다"며 "업계가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는 만큼 조만간 결실이 얻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