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 발표한 경제운영계획에서 무게를 둔 곳은 경쟁체질의
구조적인 개선이다.

6.0% 내외의 저성장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바로 그 대목이다.

물가안정과 경상수지적자 축소를 위해 성장률을 포기하겠다는 얘기다.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해에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구조조정"을 추진
하겠다는 점은 신선해 보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 배경을 보면 별반 참신할 것도 없다.

우선은 올해 아무리 애써봐야 성장률이 6%대를 넘기기 어렵다는 비관이
깔려 있다는 점이다.

경기는 바닥을 도무지 점칠수 없고 기업의 설비투자는 완전 냉각국면이다.

연초부터 전노동계가 총파업투쟁에 나서는등 올해 경제여건은 거의 모든
면에서 최악이나 다름없다.

또 정책수단의 한계를 인정했다고도 볼 수 있다.

부양책을 써본들 반도체경기가 살아날 것도 아닐바에야 원론적으로 "옳은"
길을 가자고 작정했다는 해석이다.

실탄을 아끼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저성장으로 잡아놓고 하반기부터 공격적인 부양조치를 펴 "목표초과 달성"
을 이루자는 계산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어쨌거나 문제는 이상과 현실과의 차이이다.

저성장기조로 갈 경우 당장 실업률이 치솟고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화될
우려가 크다.

더욱이 대량실업사태를 감수하는등 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겪으면서 구조
조정을 해본 경험도 없다.

선거가 끼여있어 저성장과 구조조정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물가 역시 4.5%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별반 안정의지를 찾을수 없다는 얘기다.

"저성장"은 정부가 택한 길이고 "고물가"는 어쩔수 없는 현실이고 보면
올해 경제에 대한 저항감은 간단치 않을 것 같다.

물론 정책수단이 뻔한 가운데서도 이것 저것해 보려는 노력을 발견할 수는
있다.

경상수지 적자를 위한 고에너지유지 및 일부 수출촉진정책과 함께 무분별한
유학규제등 과소비억제대책은 개방경제체제에 편입된 우리정부의 정책결정
폭이 얼마나 제한되어 있는가를 보여준다.

공직자들의 사치성업소 출입금지, 공공부문예산 1조1천억원 절감, 공무원
2천명 감축등도 고통을 분담하려는 자세로 볼 수 있다.

자질구레한 노력을 아예 무시하겠다는건 아니지만 이번 운영계획을 보는
경제계의 시각은 "실망" 쪽이 많다.

부양책을 내놓으라는 소리가 아니다.

그동안 한껏 외쳐온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도 빠져 있고
규제완화를 위한 노력도 안보인다는 지적이다.

금리 물가 땅값 물류비등 고질적 고비용구조 해소를 위한 손에 잡히는
대안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