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에서 발표된 금융개혁위원회의 역할에 회의
적인 시각이 많다.

연초부터 물가가 술렁거리는데 3개월내로 통화방출로 금리를 낮추려다가
경제안정기반만 흔들어 놓지 않겠는가.

굼융개혁을 하겠다고는 하지만 거명되는 인사들이 구각을 지지했던 사람
들이라는 점에서 이 역시 다른 위원회처럼 정치쇼로 끝나고 마는 것 아니
냐는 우려가 금융전문가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개혁은 현실의 정확한 파악으로부터 가능하다.

96년말 현재 7대 은행의 부실 채권규모는 20조를 넘어 평균적으로 자본
잠식수준을 넘었으며 추가적인 조달이 없을시 다수의 시중은행은 이미 파산
한 상태이다.

증권산업은 어떤가.

증권사간의 담합으로 높게 형성된 거래수수료에 전체수입의 60~70%를
의존하면서도 고부가서비스인 인수서비스는 정부로부터 여러종류의 혜택을
받기위해 약정고를 증대해야 하고 이를 위해 마진도 없는 덤핑을 일삼고
있다.

이러다보니 증권사직원들은 상품개발보다는 누구나 할 것 없이 매매회전에
열을 올려야 하고 상당수는 자기의 개인자산 관리에나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투신업은 어떤가.

정부의 주가관리기관으로 전락한 투신사는 자본이 잠식된지 오래이나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 증권사로의 전환권을 혼수로 재벌에 팔려나갈
예정이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금리 주가 환율 등 거시변수들이 시장기능을 무시한 채 금융 및
통화정책에 의해 규제돼 왔으며 이는 미시경제주체들이 효율과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을 아예 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금융규제혁파가 개혁의 첫 단추가 돼야 한다.

둘째로 은행의 소유구조문제이다.

은행의 파산상태를 해결하는 방법은 첫째 정부가 구제해주는 것이다.

이 경우 정부는 실수를 인정하는 한편 어떤 책임을 져야할 것이므로 이
방식이 채택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른 방법은 오랜동안 정부가 해왔던 방식으로 부실을 떠안을 금융기관이나
기업을 찾고, 조세보조를 한시적으로 하는 한편 새로운 수익기반 확충을
위해 타영역에 진출토록 허락하는 방식이다.

이 상황에서 참여나 금융지주회사의 설립을 허용할 수도 있다.

이미 M&A법과 노동법을 손질하여 금융기관끼리의 우호적 합병을 유도한 후
군살을 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그런데 문제는 기관들이 주인이 없다보니 합병을 누가 주도할 것이며 또한
대부분 부실이라 합병후 감원 등 과감한 조치가 없이는 살아남지 못할 텐데
과연 이를 할 수 있겠느냐 라는 점에서 당분간 기관끼리의 합병에 의한 금융
효율성증대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참여가 논의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경제력집중 문제가 거론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집단간의 유효경쟁을 증대시키면서 금융의 대변혁을 도모한다면
산업자본의 금융산업참여는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

단 부실대기업들이 은행을 소유하였을 때 생길 수 있는 대출자산의 전횡을
막기위해 산업자본의 건전성을 중시해 재무상태가 건실한 산업자본에 한해
참여를 허락해주고 주기적으로 이들 산업자본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면 경영권행사에 제한을 가하는 제도를 마련할 것을 제안
한다.

이에 더해 일본과 같이 자본관계가 있는 기업의 대출한도를 정하여 엄격히
관리하는 방법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재경원안으로 되어있는 의무적인 비상임이사제도는 다분히
정부의 간섭을 유지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으므로 옳은 방식이 아니라고
본다.

또한 다양한 이해상충문제의 해결을 위해 금융지주회사의 설립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물론 1인 소유제한 4% 규제 등은 M&A시장의 개설과도 연계해 볼 때 불필
요한 거래비용만 증가시킬 것이므로 철폐돼야할 것이다.

셋째로 국내외자본에 의한 신규진입과 업무영역확대는 미국식의 자회사
형태와 독일식의 머천트뱅크식으로 나눌 수 있는데 후자는 한 금융기관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형태이다.

미국은 공황의 두려움에서, 독일은 거래비용 절감차원에서 상이한 제도를
도입하였고 이들은 공히 지주회사를 인정하고 있다.

독일식은 운영면에서 효율적이나 상이한 위험을 가진 금융서비스가 하나의
지붕아래 있으므로 한 순간에 베어링사와 같은 파산사태를 경험할 수 있다는
단점을 가진다.

양제도가 다 허용된다면 금융기관 스스로가 자신에 맞는 형태를 결정할
것이다.

넷째로 증권산업체에서 통용되는 담합을 철저히 금지시켜 실질적인 수수
료자유화를 기해야 한다.

약정고에 의한 정부혜택배분관행을 개선하고 채권 등의 유동성을 획기적
으로 높일 수 있는 하부구조를 구축토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형식적인 투자자보호제도와 증권감독원을 대폭 손질해야 할
것이다.

예산과 조직의 중립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며 고도인력확보로 늘어나는
투자자보호규제하에서도 시장효율성을 손상시키지 않는 섬세한 감독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영국의 빅뱅이 성공하고 미국증시가 발전한 주요요인은 고도의 능력을
가진 시장파수꾼들인 SIB와 SEC(증권감독원)가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보호는 시장에 대한 신뢰를 높임으로 소액투자자를 유인하고 거래를
증폭시켜 규제로 발생되는 비용보다 규모의 경제로 얻어지는 혜택을 더욱
크게 만든다.

우리는 금융개혁의 결과 다음 세가지를 기대한다.

첫째로 새로운 금융집단의 출현, 둘째로 정직과 경쟁에 바탕을 둔 새로운
금융관행, 마지막으로 과감한 금융기술과 시스템에의 투자이다.

금융개혁위원회가 이같은 일을 가능케하는 실천방안을 작성해주길 기대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비효율적인 기관들이 파산하는 고통과 많은 금융기관
간에 이뤄질 이합집산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