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청소년들의 사고와 문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교육시스템의 부작용은 교육제도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70~80년대의 주입식 교육이 비록 감성은 모자라지만 나름대로 지식을
갖춘 성인들을 길러냈다면 지금의 교육은 감성과 지성 어느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앞으로 산업현장, 나아가 국가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가
더이상 학교교육을 통해 배출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조혜정연세대교수(49.사회학과)가 일선학교와 청소년들의 삶속에 직접
뛰어들어가 관찰하고 느낀 점을 사회학자의 시각에서 기록한 교육현장보고서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 아이를 거부하는 사회"(또하나의문화간)를 펴냈다.

조교수는 이 책을 통해 청소년문화의 흐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지금의
교육시스템은 교육체제 전반의 붕괴를 불러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저자는 80년대와 90년대 교육상황의 차이를 팔팔함과 시듦으로
대비시켰다.

군대식이나마 나름대로의 시스템이 있었던 80년대와 달리 지금의
아이들에게 학교는 단지 탈출하고픈 난파선일 뿐이라는 것.

의사소통의 가능성조차도 원천적으로 막혀 있는 현실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더이상 상처받지 않으려고 몸을 사리는 가운데 서서히 시들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위기는 이미 대학교육의 현장에서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보다 낮은 감성지수를 지닌 학생들을 만나면서, 또 학습에 대해
체질화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자칭 "날라리"학생들을 만날 때면 깊은
절망감에 휩싸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들이 그들과의 시각차를 인정하려
노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사회변화에 맞춰 교육제도를 바꿔가야 합니다"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다음세대의 삶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다는
조교수는 서문을 통해 "10대에 밤세워 소설을 읽지 않았고, 친구들과 훌훌히
여행을 떠나보지도 않았으며, 음악과 춤에 빠져들어 보지도 않은 사람에게서
어떤 창의력이 나올 것인가.

그리고 그들은 늙어가면서 어떤 즐거움으로 이 어려운 세상을 살아낼까"
하는 물음을 던져 놓았다.

이 책은 "서론-달라지고 있는 학교풍경, 세상풍경"에 이어 1부 "교육,
역사 그리고 문화"를 통해 입시교육위주의 우리 교육제도의 현실을 생생하게
파헤쳤으며 2부"교육개혁을 향한 문화 정치적 실천을 위하여"에서는
유흥문화, 수업문화, 성문제등 청소년들의 현재적 삶을 통해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그리고 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어떤 것인지를 살폈다.

조교수는 연세대사학과를 거쳐 미캘리포니아대에서 문화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의 여성과 남성""탈식민지시대 지식인의 글읽기와 삶읽기
1~3"등의 책을 냈다.

<김수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