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들이 모처럼만에 자신들을 스스로 비판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문민정부 출범이래 처음으로 전경제부처 국장급이상 공무원과 14개 국책
연구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1박2일의 일정으로 10일 대토론회가 개최된
중앙공무원교육원은 모처럼만에 활기가 넘쳤다.

일부 숙소에서는 분임토의시간에 미처 끝내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자정도 넘도록 불이 꺼질줄을 몰랐다.

<>.이날 오후 7시40분부터 10시40분 진행된 분임토의 주제는 "정부부문의
혁신"과 "한국경제의 밝은 미래를 위한 우리의 대응".

11개 분임별로 각 부처 차관을 방장으로 분임당 19명안팎의 공무원이
부처별로 균형있게 배치.

이들은 과거 고도성장의 주역이었던 자신들이 이제는 비능률의 표본이며
심지어 국가발전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을 받게된데 대해 심각한 자세로 자성
하는 발언을 개진.

참석 공무원들은 주로 <>근무기강 해이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응력 부족
<>프로정신 미비 <>적절한 동기부여가 없는 구시대적인 조직관리및 인사
관행등을 공무원조직의 문제점으로 지목.

공무원 스스로의 혁신을 위한 위상정립을 두고는 시각차가 팽배.

여전히 공무원이 국가발전의 견인차 노릇을 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다양한 이익의 조정자가 되거나 소극적인 시장방관자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

<>.대부분의 분임에서는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정책의 일관성
유지하고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까지 이같은 점을
소홀히 했다는데 동의.

모든 국민들이 만족할수 있는 정책이란 없는 만큼 최대다수의 이익이 확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한 뒤에는 외부압력과 일시적인 부작용에 불구
하고 밀어 붙여야 한다는 주장이 공통적으로 나와 눈길.

일부 토론자들은 "OECD 가입으로 다른 나라관료들과 경쟁하게된 만큼
독점시장에서 무한경쟁시장으로 내동댕이쳐졌다"며 전문성 제고및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

<>.현재 당면한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한 한국경제의 비젼 제시와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 제시가 절실하다는데에는 분임마다 의견이 일치.

그러나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대안 제시에는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

<>.한승수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 주재로 이날 오후 8시30분부터
10시40분까지 계속된 경제장관간담회에서는 과거 경제기획원출신의 다른
부처 장관들이 평소 갖고 있던 소신을 제시.

간담회는 물가안정 무역수지개선 근로자지원등과 관련, 관련부처 차관보급
의 주제발표를 들은 장관들이 자유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

경제통이 아닌 일부 경제장관들은 미리 발표문을 받아 예습하는등 열성을
보였다는 후문.

<>.청와대 이석채경제수석은 이날 경제정책방향 설명이후 이뤄진 "경제
수석과의 대화"시간에 참석, 약 50분여동안 경제정책에 관한 김영삼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고 자신의 경제철학을 설명.

이수석은 지난해 하반기 경쟁력 10%이상 높이기운동이후 최근의 금융개혁
위원회 신설 발표에 이르기까지 재경원을 제치고 독주해 왔다는 지적이
있었음을 감안한 탓인지 실무부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등 유연한 입장을
견지.

이수석은 모든 경제정책은 관련부처를 통해 입안되고 시행되며 경제수석실
은 뒤에서 이를 지원하는데 그칠 것임을 유난히 강조.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