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사장(32)을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대학(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1년만인 지난 90년 이 회사를 설립, 국내
워드프로세서시장을 석권하면서 한국소프트웨어(SW)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그에게 이같은 찬사는 어쩌면 부족할지 모른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그가 신한국당 전국구 의원 후보로 정계에 발을 들여
놓고 인기연예인(김희애씨)과 결혼(지난해 9월)한데 대해 "좀 컸다고 딴눈
판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아직 신혼재미에 젖어 있는 이사장을 영등포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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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 사람 = 정건수 < 과학정보통신부 차장 > ]
-부인이 컴퓨터전문가인 이사장과 결혼하면서 컴퓨터 도사가 됐다면서요.
<> 이사장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보는 정도예요.
"컴맹탈출" 수준에 불과합니다.
일전에 자기 친구에게 스스로 작성한 문서를 보여주려다 작동이 안된다며
회사로 전화해 구원을 요청할 정도로 열심히 쓰는 단계입니다.
-부인이 결혼이후 드라마나 영화에 전혀 등장하지 않고 있는데 혹시 못하게
막은 것은 아닙니까.
<> 이사장 =좀 있다가 하겠다고 하더군요.
결혼을 했으니 아이도 가져야겠고, CF는 먹고 살려고 하는 겁니다.
1주일에 한번하는 강의(수원전문대)도 힘겨운 모양입니다.
낮 12시에 나가 저녁 9시나 돼야 돌아옵니다.
학교측에서는 1주일에 이틀씩 나와 달라고 하지만 힘들어 못하겠다고
그래요.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한학기 강의하고 나니 애들과 정이 들고 애들이 좋아해 계속한다고
한다더군요.
-아이는 언제쯤 가질 생각입니까.
장남이어서 부모님의 아들타령에 몹시 시달릴것 같은데요.
<> 이사장 =차차 가져야죠.
저도 잠재적으로 아들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는것
아니잖아요.
-정치적인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대학때 데모는 "구경도 안했다"는 이사장의 신한국당 입당은 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 이사장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애초 그쪽 (신한국당)에서 요청하길래 일축했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요청이 들어오고 주위에서도 권해 받아들였습니다.
SW와 벤처비즈니스에 도움줄수 있는 방안을 찾는데 일조하자는 생각에서
였죠.
지금은 장외등록이니, 스톡옵션이니 해서 벤처기업 여건이 많이 좋아졌지만
그때는 정말 암담한 시절이었습니다.
-현재 신한국당에서는 어떤 역할을 맡고 있습니까.
<> 이사장 =평당원입니다.
홍보위원으로 돼있는데 한달에 한번 모임을 갖는 정도입니다.
-전국구 예비 후보 2번인데 하루빨리 금배지를 달아야지요.
<> 이사장 =언제 될지 알수 있나요.
또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아요.
-올해 대선이 있는데 누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 이사장 =정보화를 위해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됐으면 합니다.
신한국당에 들어갈때 SW산업과 벤처를 육성하고 국가사회의 정보화를
촉진하는데 보탬이 되겠다고 했던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한국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이라 할수 있는 아래아 한글로 국내 시장을
석권하고 해외시장도 넘보고 있는데 어떻게 개발하고 창업하게 됐습니까.
<> 이사장 =대학때 컴퓨터 서클활동을 열심히 하다 대학졸업(89년2월)
직전에 제대로된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에서 개발
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기업에 팔고 사업할 뜻이 없었는데 군대 때문에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신체검사했을 때는 현역입영 대상자였는데 졸업할때쯤 기준이 바뀌어
방위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방위근무가 끝날때쯤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만약 현역입영을 하는 상황이었다면 전공에 맞춰 적당한 기계업체에 취직
했을 겁니다.
방위제도가 "한글과 컴퓨터"를 탄생시킨 셈이지요.
-지난해 한글과 컴퓨터가 장외시장에 등록되고 주가가 많이 올라 이사장이
백억대 부자라고 소문나 있는데요.
<> 이사장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주식을 가지고 있지만 팔수 없는 물건이고 회사에서 배당을 받아 현금을
많이 가진 것도 아닙니다.
지난해 결혼할때 주식을 팔아 전세집(대방동 대림아파트)을 마련했습니다.
(이회사의 자본금은 39억원이며 이사장 지분은 39%, 현재 주가가 5만원선
으로 이사장 자산은 1백50억원대이지만 임직원들에게 공로주로 주기로 한게
많아 실제 자산은 이보다 훨씬 적다고 한다)
-지난 95년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종합기술금융이 공동주최하는 벤처기업
대상을 비롯해 화려한 수상경력을 갖고 있어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젊은
기술인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 이사장 =그렇게 보입니까.
그러나 실상은 전혀 아닙니다.
솔직히 창업하겠다는 후배들을 만나면 "참아라"고 합니다.
흔히 능력있는 기술인력이 열심히만 하면 잘된다고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소프트웨어(SW)분야에서는 더욱 설 땅이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개발해도 하루만 지나면 복사품이 나돌아 다닙니다.
소비자가 제값주고 사지 않고 복제품만 쓰는데 커갈수가 있습니까.
-SW 불법복제는 상당히 많이 개선되지 않았습니까.
<> 이사장 =옛날에 비하면 나아졌다고 할수도 있지만 아직은 멀었습니다.
정부가 올해 하드웨어 구매예산의 10%는 SW를 사도록 의무화했지만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기업입장에서 보면 10%는 결코 많은 것이 아닙니다.
-불법복제를 막으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 이사장 =홍보 계몽도 중요하지만 복제하다 걸리면 "큰코 다친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줄수 있도록 엄격한 처벌이 가장 확실합니다.
특히 사법당국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해요.
불법복제하다 적발돼도 몇십만원의 벌금을 내거나 며칠 철창신세만 지면
끝나는게 현실입니다.
-정부가 최근 정보통신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SW산업 육성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
<> 이사장 =해볼만한 시기가 됐다고 봅니다.
최근 정통부 교육부 외무부등에서 아래아한글을 대량 구매하는등 SW구매
풍토가 형성되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정부에 바라는 것은 품질 좋은 제품을 잘 만들어 낼테니 사줄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겁니다.
더구나 SW분야에서는 군대 갖다 오면 "환갑"입니다.
쌩쌩하게 돌아가는 머리를 활용하기 위해서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일할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