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심판이 없는 게임이라고 하지만 오픈대회같은 경우에는 심판격인
경기위원들이 있다.

경기도중 문제가 발생할 경우 그들이 달려가 규칙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고문인 김동휘씨(75)와 한국프로골프협회 및
오메가투어 부회장인 이학씨(63)는 경기위원장 출신으로 골프규칙에 관한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이다.

두 사람은 대한골프협회에서 경기위원장과 위원으로서 같이 일한 적도 있다.

연차는 있지만, 두 사람은 규칙적용을 놓고 자주 논쟁을 벌일 정도로
골프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두 사람 모두 규칙의 대가로서 뛰어난 외국어실력을 자랑하지만 "역사"와
"학구적" 측면에서는 김고문이 한발 앞선다.

김고문은 세부적 판례 하나하나까지 금세 기억해 낼정도로 이론에 투철하다.

김고문은 88년의 "골프규칙해설"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3권의 골프규칙
해설서를 냈다.

반면 이부회장은 "행동하는 규칙"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듯하다.

많은 국제대회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가 될법한 상황에서도 매끄럽게 경기
운영을 한다는 평이다.

골프실력면에서는 이부회장이 한수위.

김고문은 한때 핸디캡 9까지 쳤으나 요즘은 보기플레이 수준.

최근에도 주 1~2회는 필드에 나가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이부회장은 동래CC 클럽챔피언 출신.

프로들이 경기가 안 풀릴때면 연습그린으로 데리고 가서 직접 레슨을 할
정도로 경지가 깊다.

경기위원들에게는 에피소드가 많다.

이부회장이 95년 중문CC에서 열린 조니워커스킨스게임 진행을 맡았을
때의 일.

그레그 노먼, 비제이 싱, 박남신등 4명이 출전했는데 노먼이 이름값을
톡톡히 해댔다.

11번홀에서 지주대 문제로 이부회장에게 터무니없는 구제요청을 했다가
거절당한 노먼은 그린에 다다라 "동양의 조그마한 친구가 알면 얼마나
알겠느냐"는듯 이부회장의 지식을 시험하려 들었다.

노먼은 대뜸 "내가 한손으로 깃대를 잡고 다른손으로 퍼팅하면 규칙위반인가
아닌가"고 물었다.

이부회장은 "볼이 깃대를 맞히지 않는 이상 벌타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뒤 노먼의 콧대가 다소 누그러졌음은 물론이다.

두 사람은 고희.환갑을 넘겼지만 아직도 정력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김고문은 필드활동과 저술활동을 통해 알기쉬운 골프규칙 전파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이부회장은 APGA출범의 산파역을 맡았고, 사업도 아들에게 물려준채
아시아골프발전을 위해 APGA투어에 매달리고 있다.

골프규칙의 양대산맥격인 두 사람 모두 오늘의 한국골프를 있게한
공로자들이라 할수 있다.

<김경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