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에 근무하는 송모씨(29)는 요즘들어 오전시간이 무척 바쁘다.

되도록 빨리 맡은 일을 끝내고 오후에는 달리 할일이 있어서다.

그가 업무외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농구대잔치 플레이오프.

예전에는 그가 속한 회사의 농구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회사를
응원하는 재미가 있었지만 올해에는 현대전자팀이 탈락했기 때문에 그가
다녔던 대학팀을 응원하고 있다.

경기가 시작될 시간이면 사내방송용 텔레비전 주위로 동료들과 함께
송모씨도 자리잡는다.

농구가 겨울스포츠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그가 대학을 다니면서부터.
직장에 들어와서도 경기를 놓치지 않고 본다.

예전에 송씨의 직장상사들도 관심있는 경기가 열리면 텔레비전 소리를
줄여놓고 남의 눈에 안띄게 조심스럽게 관전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 신세대들은 남의 눈치를 안본다.

오늘 할일을 대충 마무리한데다 경기를 보면서도 부수적인 업무를
할수 있어서다.

주위가 산만해 업무에 차질이 많다는 지적은 옛일.

신세대들은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해낼수 있는 멀티태스킹
(multi-tasking)의 능력을 갖고 있어서다.

오후 2~3시면 일을 끝내고 독서삼매경에 빠지는 신세대들도 있다.

단기금융업체에 근무하는 김정배대리(31)가 대표적인 경우.

김대리는 요즘 상법과 증권거래법을 공부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경기동향이나 금리추이등 업무관련서적은 물론 최근들어서는 기업매수합병
(M&A)의 붐이 일면서 이 분야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가 다니는 회사가 언제 M&A의 표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M&A중개업
(부티크)에도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틈틈이 업무와 다소 동떨어진 일을 하는 것이 "업무 효율도 높이고
개인의 라이프스타일도 개선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는 게 신세대들의
주장.

뭉기적거리며 일을 질질 끌기보다는 빨리 끝내고 자신에게 도움되는
뭔가를 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책상 귀퉁이에 토플책을 펴놓고 일하는 틈틈이 영어단어를 외우는
신세대 직장인들도 있다.

이처럼 신세대들이 일을 몰아서 해치우고 자기만의 다른 일을 찾아
하면서 집중근무시간제도를 도입하는 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오전중에는 잡일에 매달리지 않고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토록 하는 것.

이 시간에는 귀찮은 회의도 없고 전화도 부장등 관리자급이 받는다.

찾아온 손님을 대접하거나 거래처 사람을 만나는 일도 이 시간대는
피한다.

대신 그날 처리해야할 일은 집중 시간내에 마무리해야 한다.

오후에는 자료를 찾거나 전문가의 조언을 듣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워도 상관없다.

시간에 매여 자리에 앉아있기 보다는 도움되는 일을 위해 조금 일찍
나설수도 있다.

그날 업무가 밀리면 오후시간을 몽땅 버리더라도 그날 안에 끝내지
다음날까지 넘기지 않는다.

자기 할일을 끝냈기에 떳떳하고 나에게 투자할수 있어서 자랑스럽다.

일의 형식보다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신세대들 때문에 직장문화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

< 정태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