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와 홍콩산 외화가 판치는 비디오가에 볼만한 한국영화 4편이
나왔다.

"귀천도" "악어" "박봉곤가출사건" "그들만의 세상"이 바로 그것.

작품성이 뛰어난 것이 있는가 하면 흥미만점인 것도 있으며 장르 또한
드라마 코미디 액션등으로 다양해 한국영화에 목말라온 비디오팬들에게
가뭄끝의 단비가 될것으로 기대된다.

4편중 작품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는 것은 "악어".

제작비 3억5천만원이라는 저예산 영화답지 않게 삶의 진실이 섬뜩하게
그려져 있다.

한강에서 자살한 시신을 이용, 유가족들로부터 돈을 뜯어먹고 사는
건달청년 용패.

비인간적이고 파렴치한 짓을 서슴지 않아 "악어"로 불린다.

한강다리밑에서 함께 사는 우노인과 껌팔이 앵벌이소년에게 "악어"는
두려운 존재다.

"악어"는 집단강간의 충격으로 자살하려던 현정을 살려내 자신의
성욕을 채우는데 이용한다.

앵벌이소년은 현정에게 엄마같은 정을 느끼고 현정을 괴롭히는 "악어"를
죽이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어느날 우노인의 자판기앞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악어"가 범인으로
지목된다.

이 작품으로 데뷔한 김기덕감독은 "포악한 깡패 "악어"의 내면에
존재하는 선과 악을 통해 깨끗함과 추악함이 혼재한 서울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재현 우윤경 전무송 주연.

영성프로덕션 출시.

"악어"에 비해 "귀천도"와 "박봉곤가출사건"은 작품성보다는 흥미에
더 많이 신경쓴 작품.

"귀천도"는 바람을 가르는 고수들의 진검승부를 다룬 무술영화.

지난 77년 화천공사에서 제작했던 "18인의 여걸"이후 자취를 감춘
무협영화를 부활시킨 작품이란 평을 듣고 있다.

때는 조선조 후기 정조시대.한 무리의 사무라이들이 조선땅에 나타난다.

장차 세상을 지배할 천운을 타고 잉태된 도연을 죽이는 것이 이들의
임무.

도연을 잉태한 청연은 사무라이들의 암살음모를 피해 "시간의 문"을
통과해 1백70년뒤로 이동한다.

하지만 사무라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현대까지 따라온다.

조선은 도연을 보호하기 위해 뛰어난 검객 좌운검과 우운검을 파견한다.

이경영이 시나리오작가 감독 주인공등 1인3역을 소화했으며 신세대스타
김민종이 조선의 절대고수로 출연한다.

22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영화에선 특수분장과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특수효과가 눈여겨볼 만하다.

SKC출시.

"박봉곤가출사건"은 안성기 심혜진 여균동등 3인의 개성연기가 돋보이는
코믹물.

결혼한지 10년이나 된 박봉곤이 어느날 갑자기 가출한다.

그녀의 목표는 가수가 되는것.

봉곤의 남편 희재의 부탁으로 봉곤을 찾아나선 사나이가 있으니 그의
이름은 X.

가출여성 찾기 전문가인 그는 3년동안 26명의 가출주부를 찾아낸 프로.

15일안에 봉곤을 찾아내겠다고 큰소리친 그는 우여곡적끝에 그녀의 거처를
알아낸다.

이 영화는 주인공의 우스꽝스런 행동이나 말로 웃기려는 할리우드식
코믹물과 달리 개성있는 캐릭터를 다양하게 창출, 웃음을 선사하려 한다.

감독 김태균.

SKC출시.

"그들만의 세상"은 색채와 이미지가 뛰어난 감각영화.

홍콩감독 왕가위의 "중경삼림" "타락천사"등에서 모티브를 얻어 왔다는
인상을 준다.

내용은 갱단원과 나이트클럽댄서와의 안타까운 사랑얘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듯한 격렬한 사랑이 볼거리.

그러나 제작자의 의도대로 "춘향전의 역설적 패러디"가 되기에는
함량미달이라는게 일반적인 평이다.

감독 임종재.

주연 이병헌 정선경.

우일영상 출시.

< 박준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