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을 담은 광고가 실렸다.
"파업은 옳은 일인가"라는 제하의 이 광고문은 그 회사의 실상과 우리경제의
현실을 들어 "지금은 파업할 때가 아니다"는 주장을 파업중인 근로자와
노동계 지도자들에게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이 글이 특정기업인의 의견이라기 보다 우리의 중소기업들이 지금
처해 있는 고통을 대변하는 것으로 이해하면서 노동법파문의 조속한 종결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사실 중소기업을 영위하는 기업인으로서 이같은 광고를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수 있고 따라서 예기치 못한
불이익을 당할 우려도 크다.
그는 자신의 실명과 전화 팩스번호를 명기하면서 이의나 항의도 받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그를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기에 앞서 이런 방법으로라도
실상을 알려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우리의 절박한 현실에 더욱 주목한다.
아울러 파업으로 인해 드러나지 않는 말없는 다수의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님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수많은 중소기업인들이 바로 그런 말없는 다수, 실은 말도 못하고 애만
태우는 다수일 것이다.
이들의 고통은 쉽게 드러나지도, 심각하게 느껴지지도 않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파업사태를 몰고온 원인을 생각해보면 기업들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직접적인 원인제공자가 아닌데도 피해는 기업들이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관련법 개정의 당위성이나 절차상의 하자여부를 떠나 산업현장이 위축
되거나 마비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들어 우리 경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파업으로 인한 수출차질 등으로 1월 한달의 무역수지적자가 30억달러를
넘고 1.4분기 전체로는 80억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 최대과제인 경상수지 적자축소는 커녕 확대를 면키
어렵겠다는 걱정이 앞선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실업이다.
노동부 추계로는 금년중 11만명정도의 새로운 실업자가 발생해 실업률이
4년래 최악인 2.5%를 기록할 전망이다.
더구나 취업구조도 제조업비중이 급격히 줄고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 분야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알게 모르게 해직돼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파업은 사치에 불과하고 일자리 확보가 급선무다.
광고를 낸 중소기업인의 지적대로 경쟁국들은 "우리경제가 무너지는 음악에
내심으로 탱고를 추고"있을지 모른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있고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심각하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더이상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할 여유도 없다.
거두절미하고 모든 당사자들은 대화를 통해 오늘의 사태를 하루속히 수습
하고 산업현장을 정상화시킬 것을 거듭 촉구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