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와 비난은 물론 격려전화로 회사업무가 거의 마비상태입니다.

그러나 할 말은 해야한다는 결심으로 나선만큼 자신있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파업을 옳은 일인가"라는 제목의 광고를 18일자 한국경제신문 동아일보
등 4개 일간지에 게재한 재이손산업 대표 이영수씨(60)의 사무실에는 이날
각계의 반응이 담긴 전화와 팩스가 빗발쳤다.

"광고비로 직원들 월급이나 올려줘라"는 비난에서부터 "용기있는 행동을
적극 지지하며 광고비 일부를 지원하고 싶다"는 격려까지 상반된 의견이
꼬리를 이었다.

심지어 안기부 등 정부기관의 사주를 받고 한 것이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을 담은 반응도 있었다.

특히 항의전화의 대부분은 이씨의 행동을 비난하는 것 일색.

이들은 비난과 욕설에 가까운 말을 일방적으로 퍼부은 뒤 신분도
밝히지 않고 전화를 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팩스로 접수된 의견은 거의 지지입장을 밝힌 점이 특징.

이들은 경기불황을 가장 먼저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들이라고 신분을 밝힌뒤 고비용과 고임금, 행정당국의 각종 규제로
도산위기에 처한 자신의 처지를 알리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노동계의
총파업을 동시에 비판했다.

차분한 어조로 이씨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도 적지않았다.

"모든 근로자가 고임금을 받고 흥청망청 생활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우기 사회보장제도가 미비한 우리사회에서 노동자가 지금 받고 있는
월급은 결코 많은 것이 아닙니다"는 내용의 팩스도 수십통이 들어왔다.

이같은 반응에 대해 이씨는 "영웅심이나 저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언제 무너질지도 모르는 심각한
경제현실속에서 정치권이 소모적인 권력싸움만을 일삼고 노동계가
대안없이 파업을 결의하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왔다"고 광고취지를
설명했다.

이씨는 이어 "재이손 산업은 윌슨, 캘러웨이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골프용품회사에 골프백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으로 연간 매출액이 65억원선"
이라고 밝히고 지난해 동두천에 있던 국내공장을 중국 산동성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그는 동국대 법학과를 졸업한뒤 동국무역에 몸담았다 지난 76년
재이손산업을 설립, 경영해오고 있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