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은 20일 김영삼 대통령이 여야 영수회담을 전격 수용한데
대해 "회담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하면서도 일단
회담성사 자체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날 각각 간부회의 진행도중 청와대측으로부터 영수
회담 제의소식을 듣고 회의주제를 영수회담에서 김대통령에게 전달할 내용을
조정하는 것으로 바꿨다.

국민회의는 "적당한 타협이란 있을수 없다"며 "영수회담에서 <>안기부법
철회 <>노동관계법 재심의 <>파업현장에 공권력 투입반대 <>파업지도부에
대한 형사처벌 방침 철회 등을 전달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국민회의는 특히 "노동관계법 파문에 묻혀 안기부법 개정이 기정사실로
굳어져 가고 있는 점을 중시, 영수회담에서 안기부법 철회문제를 핵심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당론을 모았다.

국민회의는 과거 김대통령이 야당총재시절 국가보안법의 무조건 폐지를
주장했던 사실과 집권이후 고무찬양죄와 불고지죄에 대한 수사권을 안기부
에서 검찰과 경찰로 옮기면서 자랑스럽게 여겼던 점을 상기시키며 안기부법의
철회를 강력 요구키로 했다.

자민련은 지난해 12월26일 신한국당이 단독 처리한 노동관계법 안기부법
등 11개 법률안의 철회와 재심의를 강력하게 요구키로 했다.

자민련은 이날 회의에서 11개 법률안의 철회와 재심의가 받아들여 지지
않을 경우 계속 대여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정리했다.

자민련은 그러나 안기부법 개정을 원천 반대하는 국민회의와는 달리 이날
회의에서 안기부법 개정방향에 대한 당의 공식 입장을 유보했다.

결국 야권은 영수회담에서 지난해 12월26일의 날치기 법률안은 원인무효라는
점을 대원칙으로 전달할 것이 분명하다.

야권은 영수회담에서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질 경우 2월쯤 임시국회를 열어
현안인 노동관계법 재심의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이다.

신한국당 이홍구 대표가 연두 기자회견에서 밝힌 노동관계법 "재개정"과
관련, 야권은 "재심의는 가능하지만 재개정은 결코 수용할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

야권은 노동관계법 등 신한국당이 기습처리한 11개 법률안이 국회법을 무시
하고 처리됐기 때문에 현재까지 본회의에 계류된 상태라고 간주하고 있다.

여권이 주장하는 야당의 의사진행방해 행위는 불법이 아니었지만 여권은
불법을 저질렀다는게 야권의 상황인식이다.

야권은 신한국당이 주장하는 노동관계법 재개정작업에 응할 경우 불법을
인정한다는 모순에 빠질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 야권이 노동관계법 재개정에 나설 경우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헌법소원과
창원 대전지방법원의 위헌제청도 휴지조각이 될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야권이 선뜻 노동관계법 재개정에 나서면 정치권이 사법부의 결정을 무력화
시키고 전반적인 노동계 입장에도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된다는 얘기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간부회의에서 "성공한 날치기를 원천무효화 시킬수
없다는 선례를 남길수 있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도 이같은 맥락의 연장선
이다.

야권은 노동관계법 재심의를 위한 나름대로의 복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국민회의 박상천 총무는 "먼저 현재 노동관계법이 본회의에 계류중인 것으로
보고 야당이 본회의에 수정안을 제출하면 된다"고 밝혔다.

박총무는 또 "국회의장이 날치기통과에 사과하고 국회에서 다시 의결한뒤
정부에 이송한후 공포하면 재심의 절차는 완료된다"고 덧붙였다.

야권은 국회 본회의에서의 재심의에 앞서 노사의 의견을 다시 한번 듣고
단일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여야 영수회담의 전격 성사에 따라 야권이 노동관계법 개정의 항의표현으로
지난주말부터 시작한 1천만 국민서명운동과 옥내규탄집회 등 장외투쟁의
향배도 관심사다.

국민회의는 간부회의에서 장외투쟁문제에 대해서는 일체 논의하지 않았고
자민련은 영수회담에서 야권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대여투쟁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두 야당의 대처방법에 간극이 발견돼 영수회담결과를 받아들이는 양김
총재의 반응에 따라 장외투쟁 양상이 수정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 김호영.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