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에 "홍루몽" 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조성기씨의 소설 "홍루몽" (전 3권
민음사 간)이 출간 1주일만에 3천권이상 팔리면서 재판 인쇄에 들어간 것.

이 작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고전의 품격과 현대소설의 재미를 함께
지니고 있기 때문.

출판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이문열 삼국지"에 이어 또다시 중국고전의
전성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88년 출간된 "삼국지" (전 10권)는 지난해 1백2만권이 팔리는 등
지금까지 총 7백만권 가까이 판매된 스테디셀러.

조성기판 "홍루몽"도 초반의 열기가 이어질 경우 장기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줄거리는 원저자 조설근의 작품에서 따왔지만 현대적인 기법으로 문체의
속도감을 높이고 갈등관계의 증폭을 조절하는 등 과감한 변화를 준 것이
특징.

95~96년 한국경제신문 연재 당시 침실과 정원에서의 성애장면 등 중국의
성풍속을 적나라하게 그려 "에로티시즘 미학"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야기는 귀족가문인 가씨집안의 남자 가보옥과 임대옥 설보채 사이의
삼각관계를 축으로 전개된다.

보옥이 경환선녀로부터 운우지정의 묘법을 배우는 첫장면부터 한시와
그림을 차용한 온갖 형태의 체위와 상열지사가 파노라마처럼 겹쳐진다.

원래 가씨 집안은 보옥의 누나인 원춘이 귀비에 책봉됨으로써 한때
크게 융성했으나 남자들이 사치와 방탕으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걷는다.

"홍루몽"에는 또 4백80여명에 달하는 인물들이 등장, 당대 중국의
사회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홍루"란 원래 여자들이 기거하는 장소를 가리키는 말.

이 작품에서는 가씨가문의 융성과 몰락과정에서 여자들이 겪는 갖가지
사연 및 허무한 인생을 의미한다.

"원작은 사건전개가 느리고 등장인물의 성격도 들쭉날쭉한데다
상황묘사가 중복돼 지루해요.

재미있을만한 대목은 대충 넘어가고 별볼일 없는 부분은 시시콜콜
늘어놓아 답답하지요.

그래서 뼈대만 빌리고 나머지 부분은 새로 썼습니다"

중국인들이 세계 10대 문화유산의 하나로 꼽는 "홍루몽"은 "수호지"
"서유기" 등 4대기서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리면서 문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 작품을 토대로 "홍학"이라는 방대한 학문이 형성돼있을
정도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