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 대개혁] (12.끝) 동남아 .. 조심스런 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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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께 태국 신문들은 기사거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당시의 내각수반이었던 반한 실라파 아차 전총리가 "뉴스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기 때문이다.
자고 나면 새 비리혐의가 나타나는 총리실에서 흥미 만점의 기사거리가
대량 생산된 것이다.
결국 11월에 태국의 총리가 바뀌었다.
총선까지 실시됐다.
이렇게 난리를 피우면서 물러난 반한전총리의 비리혐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것이 야당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태국 언론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비리혐의는 총리가 은행설립인가
를 미끼로 거액의 뇌물을 챙겼다는 것이었다.
한술 더 떠 반한 파벌의 정치자금 대부분이 금융계의 설립인가 과정에서
조달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금융기관 설립인가와 정치자금이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은 태국의 금융산업
이 관치로 움직여 왔다는 증거가 된다.
물론 태국정부는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금융자유화를 추진해 왔다고 밝히고
있다.
그 결과로 87년부터 업무영역규제를 완화해 왔고 88년에는 자산운용규제를
폐지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리도 지난 92년께엔 자유화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실제론 여전히 규제가 남아 있다.
태국금융가에서는 금융기관의 주식을 5%이상 매입할 수가 없으며 신설도
정부관리들의 손에 달려 있는 등 소유구조제한과 진입장벽이라는 큰 규제가
남아 있다.
동일인에 대한 대출한도 설정등 시시콜콜한 규제도 아직까지도 적지 않게
살아 있다.
12개의 금융기관이 도산하면서 금융시장을 혼란스럽게 했던 지난 84년
전후의 긴박했던 상황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규제"만 남겨
두었다고 태국정부는 강변하고 있다.
태국처럼 금융자유화를 추진했거나 추진중이라면서도 소유구조나 진입장벽
등 핵심 요건에서는 개혁을 "사절"해온 것이 동남아국가의 대체적인 금융
산업정책이다.
말레이시아의 경우엔 자기나라의 금융산업정책을 아예 "go and stop"이라고
자평할 정도다.
개혁(go)을 하다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 바로 규제(stop)를
가하는데 이골이 났다는 것.
실제로 말레이시아는 지난 78년까지만해도 금리 자유화를 실천했던 나라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상승한다며 지난 83년에 관치인 기준대출금리제를
도입했다.
85년에는 예금금리 규제에 나섰다가 87년에야 다시 푼 적이 있다.
인도네시아도 나름대로 지난 83년과 88년에 각각 1,2차의 금융개혁을
단행했다고 하지만 은행 자산운용에 대한 정부간섭은 여전하다.
또 은행신설도 사실상 정부가 허가해야 가능하다.
대만은 지난89년에 "신은행법"을 제정해 당시로써는 과감한 금융개혁을
단행했다.
민간기업의 사채 의존비율이 45%에 달하는등 지하금융 망국론이 대두되자
신은행법이 나왔다.
신은행법에따라 금리가 자유화되고 은행 신설의 문이 열렸으며 금융기관의
업무영역도 확대됐다.
그렇지만 대만도 신은행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기자본규제등
금융산업에 대한 정부개입을 서서히 늘리고 있는 추세다.
동남아국에선 정부가 앞장서서 금융자유화를 외쳐 왔다.
그런데도 동남아국의 금융산업 현주소가 미국이나 유럽의 "빅뱅"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부작용을 해결하면서 서서히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왔다고 볼 수 있다.
이와관련, 최근들어 동남아에서 은행 합병붐이 조성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작년 11월 국내4위인 DCB은행과 7위인 쾅익은행이 합병해
자산규모 3위의 대형은행으로 재출범했다.
이어 12월엔 말레이시아의 대그룹인 사임다비가 오리엔털은행을 매입해
계열인 사임뱅크와 합병시키면서 자산규모 5위의 은행을 만들자 동남아
금융가엔 비상이 걸렸다.
말레이시아에서 시작된 은행 합병붐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등으로
번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금융시장 개방압력도 거세지고 있어 개방에대한 처방으로
동남아의 금융기관 합병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 동남아 금융개혁 속도, WTO 협상 여부에 달려 ***
동남아에서 금융개혁이 급행으로 이뤄질지 여부는 WTO(세계무역기구)에
달려 있다.
동남아국은 지난 94년에 WTO 금융서비스 협상이 개시되자 개방에 대비한
금융산업개혁을 현안으로 여겼다.
그러나 WTO의 금융서비스협상이 결렬될 조짐을 보이자 동남아등 개도국들은
일단 금융개방걱정을 덜 수 있었다.
그렇지만 클린턴의 2기행정부는 금융서비스 문제를 다시 세계적인 통상
문제로 거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연히 동남아 정부는 부작용 없는 금융산업 개혁안을 강구해야될 입장으로
되돌아갈 전망이다.
미국이 요구해온 WTO안은 국내외 자본을 막론하고 금융기관의 신설을
자유화하고 업무영역을 구분하는 벽을 완전히 철거하라는 이른바 "빅뱅"
수준이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3일자).
당시의 내각수반이었던 반한 실라파 아차 전총리가 "뉴스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기 때문이다.
자고 나면 새 비리혐의가 나타나는 총리실에서 흥미 만점의 기사거리가
대량 생산된 것이다.
결국 11월에 태국의 총리가 바뀌었다.
총선까지 실시됐다.
이렇게 난리를 피우면서 물러난 반한전총리의 비리혐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것이 야당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태국 언론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비리혐의는 총리가 은행설립인가
를 미끼로 거액의 뇌물을 챙겼다는 것이었다.
한술 더 떠 반한 파벌의 정치자금 대부분이 금융계의 설립인가 과정에서
조달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금융기관 설립인가와 정치자금이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은 태국의 금융산업
이 관치로 움직여 왔다는 증거가 된다.
물론 태국정부는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금융자유화를 추진해 왔다고 밝히고
있다.
그 결과로 87년부터 업무영역규제를 완화해 왔고 88년에는 자산운용규제를
폐지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리도 지난 92년께엔 자유화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실제론 여전히 규제가 남아 있다.
태국금융가에서는 금융기관의 주식을 5%이상 매입할 수가 없으며 신설도
정부관리들의 손에 달려 있는 등 소유구조제한과 진입장벽이라는 큰 규제가
남아 있다.
동일인에 대한 대출한도 설정등 시시콜콜한 규제도 아직까지도 적지 않게
살아 있다.
12개의 금융기관이 도산하면서 금융시장을 혼란스럽게 했던 지난 84년
전후의 긴박했던 상황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규제"만 남겨
두었다고 태국정부는 강변하고 있다.
태국처럼 금융자유화를 추진했거나 추진중이라면서도 소유구조나 진입장벽
등 핵심 요건에서는 개혁을 "사절"해온 것이 동남아국가의 대체적인 금융
산업정책이다.
말레이시아의 경우엔 자기나라의 금융산업정책을 아예 "go and stop"이라고
자평할 정도다.
개혁(go)을 하다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 바로 규제(stop)를
가하는데 이골이 났다는 것.
실제로 말레이시아는 지난 78년까지만해도 금리 자유화를 실천했던 나라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상승한다며 지난 83년에 관치인 기준대출금리제를
도입했다.
85년에는 예금금리 규제에 나섰다가 87년에야 다시 푼 적이 있다.
인도네시아도 나름대로 지난 83년과 88년에 각각 1,2차의 금융개혁을
단행했다고 하지만 은행 자산운용에 대한 정부간섭은 여전하다.
또 은행신설도 사실상 정부가 허가해야 가능하다.
대만은 지난89년에 "신은행법"을 제정해 당시로써는 과감한 금융개혁을
단행했다.
민간기업의 사채 의존비율이 45%에 달하는등 지하금융 망국론이 대두되자
신은행법이 나왔다.
신은행법에따라 금리가 자유화되고 은행 신설의 문이 열렸으며 금융기관의
업무영역도 확대됐다.
그렇지만 대만도 신은행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기자본규제등
금융산업에 대한 정부개입을 서서히 늘리고 있는 추세다.
동남아국에선 정부가 앞장서서 금융자유화를 외쳐 왔다.
그런데도 동남아국의 금융산업 현주소가 미국이나 유럽의 "빅뱅"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부작용을 해결하면서 서서히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왔다고 볼 수 있다.
이와관련, 최근들어 동남아에서 은행 합병붐이 조성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작년 11월 국내4위인 DCB은행과 7위인 쾅익은행이 합병해
자산규모 3위의 대형은행으로 재출범했다.
이어 12월엔 말레이시아의 대그룹인 사임다비가 오리엔털은행을 매입해
계열인 사임뱅크와 합병시키면서 자산규모 5위의 은행을 만들자 동남아
금융가엔 비상이 걸렸다.
말레이시아에서 시작된 은행 합병붐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등으로
번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금융시장 개방압력도 거세지고 있어 개방에대한 처방으로
동남아의 금융기관 합병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 동남아 금융개혁 속도, WTO 협상 여부에 달려 ***
동남아에서 금융개혁이 급행으로 이뤄질지 여부는 WTO(세계무역기구)에
달려 있다.
동남아국은 지난 94년에 WTO 금융서비스 협상이 개시되자 개방에 대비한
금융산업개혁을 현안으로 여겼다.
그러나 WTO의 금융서비스협상이 결렬될 조짐을 보이자 동남아등 개도국들은
일단 금융개방걱정을 덜 수 있었다.
그렇지만 클린턴의 2기행정부는 금융서비스 문제를 다시 세계적인 통상
문제로 거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연히 동남아 정부는 부작용 없는 금융산업 개혁안을 강구해야될 입장으로
되돌아갈 전망이다.
미국이 요구해온 WTO안은 국내외 자본을 막론하고 금융기관의 신설을
자유화하고 업무영역을 구분하는 벽을 완전히 철거하라는 이른바 "빅뱅"
수준이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