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측은 은행들과 정태수회장측간의 협상에 따라 경영권포기
아니면 부도라는 양자택일이 있을 것이라는 원칙론적인 입장으로 시종일관.

재정경제원의 고위관계자는 "이번에는 정태수회장 뜻대로 되지 않을 것"
이라며 "정회장등 대주주일가가 경영에서 손을 떼야만 추가자금지원을 할수
있다"는 은행들의 입장을 강한 어조로 뒷받침.

다른 고위관계자는 오전부터 "저녁때까지 가봐야 결말을 알수 있다"며
정태수 한보그룹회장이 경영권유지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을 경우 은행들
이 부도처리를 하는 사태도 있을수 있음을 암시했었다.

재경원은 또 한보철강에 대한 정회장의 경영권포기로 순조롭게 은행관리와
제3자인수가 진전될 경우 한보그룹계열사들에 대한 파장도 적겠지만 부도가
나면 모든 계열사와 하청기업으로 불똥이 튄다며 정회장의 반발이 빨리
수그러들기를 강력히 바랐었다.

재경원측은 이와함께 "정회장측이 주식을 담보로 맡겨 놓고 한보철강이
부도가 나는 경우 경영권포기각서가 없더라도 은행들은 제3자인수를 추진할
수 밖에 없을것"이라며 "법정소송등으로 문제가 복잡해지더라도 은행측이
유리한 입장에 설것"이라고 밝혀 다각적인 시나리오를 점검했음을 확인.

<>.한보철강을 비롯해 최근에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대부분 주력업체인
것으로 나타나 업종전문화제도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

우성건설 기아특수강 쌍용자동차 삼미특수강 한보철강이 모두 업종전문화
제도에 따른 주력업체로 선정돼 무리하게 확장을 했던 기업들.

이는 주력업체로 선정되면 공정거래법상의 출자총액제한 은행법상의
여신한도관리 동일인대출한도 채무보증한도등 경제력집중억제를 위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

한보의 경우도 다른 기업의 제철산업 신규진입을 정부가 막음으로써 경쟁
없는 과점상태를 기대한 한보가 무리한 확장을 추진할수 있게 했다는 것.

이같은 파격적인 지원책은 지난 89년부터 아산만 90만평을 매립 세계 5위
규모의 제철소를 건설하려던 한보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는 평가.

결국 업종전문화정책도입 당시 30대그룹에는 끼지도 못하던 한보그룹은
지난해 여신규모로는 9위, 자산규모로는 14위의 대그룹으로 급부상했다.

재경원의 한 관계자도 "오늘의 한보사태에는 정부정책오류에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면서 "업종전문화제도는 93년 도입 당시에도 정부내부에서
반론이 많았었다"고 설명.

결국 업종전문화제도의 폐지는 기정사실화됐지만 애초부터 잘못 선택된
정책이었음을 입증.

<>.통상산업부는 한보철강에 대해 채권은행단이 3천억원을 추가로 지원키로
결정했다는 얘기가 나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

만약 한보철강에 대한 추가 지원이 무산돼 공장 가동이 계속 지연될 경우
철강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산업 전반에 걷잡을 수 없는 회오리가 생겨날
것이기 때문.

게다가 지난해 현대그룹측의 일관제철소 건립 움직임을 "철강공급 과잉"
이란 논리로 막았던 탓에 공급부족에서 야기되는 산업의 모든 피해를
통산부가 뒤집어 써야 할 상황이었던 것.

통산부 김균섭 기초공업국장은 23일 오전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보의 철강생산량과 국내 철강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6년 4백만톤
9.5%에서 2000년 13% 7백만톤으로 높아지는 만큼 빠른 시간내에 완공해
정상가동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

김국장은 이어 "누가 경영권을 갖든 5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자금이 투자된
시설을 추가자금 지원이 안돼 놀린다는 것은 산업정책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 한보측이 지난 20일 요청한 대로 4천4백26억원을 추가 지원해 줄
것을 재정경제원에 건의했다"고 밝혀 통산부의 다급했던 상황을 시사.

< 박기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