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장애는 있어도 PC를 사용하는데 장애는 없다"

초등학교 3학년인 장모양은 요즘 새 삶을 찾았다.

뇌성마비로 사지가 뻗뻗하게 굳어 의자에 바로 앉아 있을 수조차 없을 지경
이었으나 이제는 의자에 앉아 스스로 컴퓨터를 조작해 교육용 CD롬 타이틀을
볼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장양이 컴퓨터 마니아가 될수 있었던 것은 지체장애인용 특수의자와 컴퓨터
조작용 특수스위치 등 장애인용 보조기기와 소프트웨어 덕분이다.

장애인용 컴퓨터 주변기기와 소프트웨어는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개발돼
왔으나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다양한 제품이 생산돼 장애인을 정보화의 대열에
바로 설수 있게 만들고 있다.

우경복지재단은 뇌성마비 지체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주변기기와
소프트웨어를 전문으로 개발, 장애인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지체장애인용 기기는 장애정도에 따라 다양하다.

가벼운 뇌성마비 증상을 보이는 사람에게는 대체키보드와 키가드가 설치된
트랙볼이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대체키보드는 일반키보드보다 2배정도 큰 평평한 보드위에 자판모양의 구멍
을 뚫은 플라스틱 패널을 올려 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조작케 하는 기구
이다.

손놀림의 부정확으로 인한 오작동을 막기 위해 살짝 건드리기만해도 작동
되는 보통자판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트랙볼은 마우스와 동일한 기능을 하는 제품으로 이 역시 오작동을 막기
위해 크기를 키우고 버튼에 손가락을 집어넣을수 있도록 가드를 설치했다.

척추장애인의 경우 사지를 전혀 쓸수 없기 때문에 헤드마스터를 쓰고 머리만
으로 컴퓨터를 조작할수 있다.

헤드마스터는 마이크가 달린 헤드폰과 같은 세트로 마우스 역할을 한다.

이 장치를 쓰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윈도상의 원하는 커서를 선택한뒤
마이크에 달린 빨대를 불어 클릭할수 있어 윈도환경에서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룰수 있다.

장애가 심한 뇌성마비의 경우 스위치 하나로 컴퓨터를 작동하는 기술도
개발돼 있다.

키보드 대신 스위치를 PC에 연결해 쓸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설치해 컴퓨터를
사용하는 기술이다.

화면에 나타난 명령어에 선택표시가 차례로 지나가도록 만든 "훑기" 작업이
진행될때 원하는 명령어에 커서가 도달하여 깜박거리면 스위치를 건드리는
방법으로 컴퓨터를 조작할수 있다.

이 방법을 쓸 경우 다소 느리지만 컴퓨터로 CD롬 타이틀 감상은 물론 문서
까지 작성할 수있다.

스위치는 빨대로 부는 것, 보드를 누르는 것, 툭 건드리는 것, 꼭 쥐는 것
등 장애인이 운동하기 가장 편한 기종으로 골라 쓸수 있도록 다양하다.

우경복지재단은 스위치를 이용해 컴퓨터를 작동할 수있는 교육용 CD롬
타이틀을 개발, 무료 배포하고 있다.

한국재활공학센터는 시각장애인용으로 사용자의 입력내용을 소리로 읽어주는
소프트웨어와 점자프린터 등의 주변기기를 전문적으로 개발 보급하고 있다.

김광선 우경복지재단연구소장은 "장애인을 위한 컴퓨터제품은 장애인을
컴맹에서 구출해내는데도 의미가 있지만 컴퓨터를 보다 쉽게 쓸수 있는 제품
으로 탈바꿈시키는 기술적 진화를 이루는데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이라며
이 분야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김수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