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7시35분께 기자회견에 나온 4명의 은행장들(김시형 산업은행총재
포함)은 마라톤회의 탓이었는지 다소 피곤한 모습이었으나 한편으로는
홀가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기자회견 발표문 낭독과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은 신행장이 맡았다.

신광식행장은 그러나 예민한 사항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언제 부도처리방침을 세웠나.

"대답할 수 없다.

부도의 최종확정은 금융결제원이 정할 사안이므로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한보철강에 대해 지금까지 거액의 자금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왔는데
지원을 중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특별한 이유를 말할수는 없다.

그러나 금융기관도 지원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당진제철소 건설은 어떻게 되나.

"당진제철소는 국가기간시설로서 전체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반드시 완공을 시켜야 한다.

포항제철에 위탁경영을 맡겨 완공시킨뒤 인수자를 찾을 계획이다"

-위탁경영과 관련해 포철측과 협의가 있었나.

"국내제일의 제철소이기 때문에 위탁경영이 무난할 것으로 본다"

-법정관리신청과 위탁경영과의 전후관계, 일정을 말해 달라.

"구체적인 절차는 아직 모르겠다.

관련 금융기관이 많기 때문에 상호협의를 거쳐 밟아 나갈 생각이다"

-오늘 한보그룹 정총회장과 접촉이 있었나.

"전혀 없었다"

-정총회장의 경영권을 언제 인수할 계획인가.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하겠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말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정총회장이 주식처분 동의각서를 쓰면 이번 방침을 철회할 수
있나.

"뭐라고 말할 입장이 아니다"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무엇보다 악성루머들이 많아 곤욕을 치렀다.

특히 일부언론들이 실제보다 앞서가는 보도를 하는 바람에 제2금융권이
서둘러 채권을 회수, 어려움이 가중됐다"

-정부측과 협의가 있었나.(이 질문은 여러차례 이어졌다)

"(짐짓 못들은 듯) 전체 채권단회의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

< 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