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이 최종 부도로 처리되자 청와대는 경제전반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분주.

청와대관계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며 "정태수총회장이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경영권포기각서를 제출, 채권은행단의 요구에 협조했으면
한보계열 전체의 부도는 막을수 있었을텐데 이제는 한보계열전체가 부도를
맞게 됐다"고 안타까움을 표시.

이관계자는 "한보가 채권은행들의 말을 들었으면 은행관리로 자금지원을
계속 받아 한보의 다른 계열사들은 부도를 내지 않을 것"이라며 한보측을
원망.

< 최완수기자 >

<>.한보에 대한 처리는 채권은행단과 한보측이 결정한 일이라며 "관계
없음"을 강조하는 재경원은 정회장일가가 경영에서 손을 떼지 않는한
대안이 없었다고 설명.

재경원고위관계자는 "정회장일가퇴진없이 자금을 지원해 준다면 정치적인
오해를 받을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것 아니냐"고
부도처리의 당위성을 강조.

재경원은 청와대 은행등과의 논의과정에서 정회장측이 "이번이 마지막"
이라며 자금요청을 계속하는등 믿을수 없는 협상상대여서 계속 끌려다닐수는
없다고 판단한듯.

하지만 재경원은 한보가 유원이나 우성그룹에 비해 덩치가 훨씬 크고
인수할만한 마땅한 업체가 나서지 않아 향후 처리에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모습.

게다가 금융기관간 담보확보규모등에 따른 이견이 커서 제3자인수까지의
과정이 난항일 것으로 우려.

< 김성택기자 >

<>.채권은행단이 한보철강에 대한 처리방안을 "방만.부실경영에 대한
책임묻기"로 가닥을 잡은 23일 정착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통상산업부는
한보에 대한 추가지원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던 것으로 밝혀져
눈길.

통산부는 이날 "오는 2000년 한보측의 국내 철강생산 비중이 13%를 차지
하게 되는 만큼 철강수급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빠른 기간내에 완공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 22일 재정경제원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고 설명.

물론 공장을 완공시켜야 하지만 그것은 삼척동자도 알만한 일이어서
상공부가 왜 이런발표를 내놓았는지 납득을 못하겠다는 것.

결국 통산부의 자금지원 요청은 "남의 다리나 긁는" 엉뚱한 처방이었던 셈.

이에대해 과천 관가에서는 통산부가 뚱딴지같은 일을 잘 하지만 이번 일은
정말 "코미디"였다고 일침.

< 박기호기자 >

<>.한보그룹 계열사의 잇단 부도소식을 접한 재계는 "올 것이 왔다"면서도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표정이다.

P사 W사장은 "한보의 부도는 사필귀정"이라며 "자기자본 없이 무모하게
사업을 강행해 은행돈을 마구 끌어 쓴 기업이 갈 곳은 정해져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그룹 L상무도 "미봉책으로 일관하다 문제를 키운 정부와 금융권의 책임
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며 "정치논리가 개입해 경제를 망치는 일은 다시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K사장은 "중소기업에는 1천만원도 제때
지원해 주지 않으면서 "밑빠진" 대기업에는 돈을 쏟아붓는 관치금융의
잘못된 관행을 이 기회에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걱정의 소리도 적지 않은 편이다.

모경제단체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기하강 국면에서 부채 5조원대의 기업이
쓰러져 그 파장이 얼마나 클 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한보철강부도사태가 터지자 야권에서는 한보가 과거 "수서사건"때
보여준 정치권로비솜씨를 다시 들먹이며 철강사업추진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정경유착"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추측.

국민회의 일부의원은 "한보철강의 사업규모가 커지는 과정에서 주거래은행
이 큰소리쳐 가며 다른 은행 대출까지 알선했다는 제보가 있다"며 정치권
배경설을 강력히 제기.

정동영대변인이 "30대 회장이 천문학적 액수를 끌어왔다고 누가 믿겠느냐"
고 꼬집은 것도 정보근회장과 대학동문인 여권핵심실세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

충청권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자민련은 한보철강의 제철소가 충남
당진에 자리잡고 있는 점을 의식한 듯 이날 맨먼저 논평을 내고 김영삼
대통령에게 사정차원에서 진상을 엄정하게 조사해줄 것을 촉구.

안택수대변인은 이 논평에서 "한보철강이 무모한 도전을 한데는 정부여당
과의 확고한 사전커넥션이 있었지 않나 하는 "국민적 의혹"이 급부상하고
있는데 주목한다"며 <>정부의 허가과정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여당의 지원
입김여부 <>지원중단배경 등 "3대의혹"을 제기.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