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정태수총회장은 흔히 "로비의 귀재"로 불린다.

권력층과의 긴밀한 유대를 통해 경영의 궁지에서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비껴가곤 한 "행운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1년 "수서택지분양사건" 때 관련 국회의원 5명과 비서관
1명이 구속된 것은 그의 로비력의 일담을 보여준 셈이다.

그는 당시 "내가 입을 열면 세상이 시끄러워진다"는 말로 한바탕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수서사건"과 "노태우 전대통령 비자금사건" 등 초대형 사건이 터질때 마다
번번이 비리에 연루돼 구속됐지만 개인 신상이나 이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별로 없는 "미스테리의 인물"이기도 하다.

재계에서도 한보가 지난 95년 빚덩어리 유원건설을 인수한 것이나 최근의
자금난속에서도 시베리아 가스전 사업을 추진했던 점등을 모두 의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지난 69년 45세의 나이에 23년간의 하급 세무공무원 생활을 털고
광산업에 투신, 사업가로 변신했다.

점술가 백운학씨의 점괘에 따라 73년 건설업체인 한보상사를 설립한 뒤
서울 대치동에 은마아파트단지를 건설하며 급속히 사세를 키워 나갔다.

한때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도 했으나 93년 상아제약을 인수하면서부터
정총회장은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96년 3월 3남인 보근씨에게 회장직을 넘겨 주었지만 그룹 주요사항을
사실상 결정해 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