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의 금융권부채가 5조원이라고 발표됐지만 금융계에서는 이를
훨씬 웃돌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해 한보의 여신및 담보현황을 금융기관별 시기별로 상세히
기록한 10여쪽의 "괴문서"가 나돌아 이런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금융계는 한보철강이 계열사인 한보금고를 이용해 4백33억원의 돈을 불법
으로 조달한 것도 그렇지만 은행에서도 발급경위를 정확히 알수 없는
어음들이 많이 돌아오는 것으로 보아 한보철강의 부외부채가 상당히 많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괴문서에는 한보가 지난 94년 이성의(LEE SUNG EUI)씨로부터
3천2백만원을 빌려쓴 것으로 표기돼있어 사채에도 상당히 의존했음을
알수 있다.

또 정식금융기관이 아닌 팩토링사로부터의 차입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23일 채권금융기관회의에도 한화파이낸스와 AM파이낸스가 주요 채권자로
참석했을 정도다.

제일은행이 은감원에 제출한 4조9천4백29억원의 총차입금현황에는
팩토링사의 대출금은 빠져 있다.

팩토링사가법적으로는 물대어음만을 할인하지만 한보어음이 굳이 중소기업
을 주로 상대하는 팩토링사까지 올 정도면 이중 상당부분은 물대어음으로
위장된 융통어음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여기다 계열사나 관계사로부터 한보철강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자금을 빌려쓰고 금융기관이 아닌 각종 공제조합에서 빌려쓴 돈까지 합치면
규모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이밖에 실제로는 부채지만 장부상 부채로 계상되지 않는 운용리스
4천2백20억원도 사실상의 부채된다.

한편 한보철강부도를 계기로 나돌고 있는 괴문서의 한보철강 재무현황을
보면 한보철강이 재무제표를 분식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부채규모에 대한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93년에는 공표이익이 1천1백12억원이었지만 실제이익은 11억원에 불과했고
96년 상반기엔 8백99억원적자로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1천6백6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나 있다.

금융계는 이정도로 각 금융권별 차입규모를 알수 있으면 한보그룹 내부자료
나주된 채권은행자료일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만일 은행자료라면 93년부터 은행이 분식결산을 알고도 무리한 대출을 해준
증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안상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