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대한 1백56년여의 영국지배가 막을 내리기전에 식민시대 유물을
입수하려는 수집광들이 홍콩으로 대거 몰려들고 있다.

기념품 사냥꾼들의 "홍콩 러시"속에서 우표, 도자기, 무쇠 우편함,
우체통, 물컵, 접시, 주전자 등 영국의 상징이 새겨진 온갖 기념품들이
고가로 날개돋힌듯 팔리고 있다.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의 초상이 그려진 최후의 홍콩우표가 25일 마지막으로
공매되고 26일에는 홍콩의 유명한 스카이라인을 담은 신종 우표가 발행되기
때문에 수집가들은 야전침대와 침낭을 준비해 우체국앞에 줄을 서는등
법썩이다.

이들 2종의 우표 값은 앞으로 크게 뛸 것이라고 홍콩우표수집가협회
윌리엄 콴회장은 전망한다.

종전 1.8홍콩달러면 살 수 있었던 보통우표 1백개짜리 전지가 요즘은
우표수집광들 사이에서 2만홍콩달러에 거래되고 있을 정도이다.

홍콩정청은 이러한 기념품 러시에 재빨리 편승, 왕관과 엘리자베스
레지나 및 그 선조들의 기장이 새겨진 무쇠 주물 우편함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가장 인기 높은 것은 조지 세의 문장이 새겨진 우체통으로 지난해
3만홍콩달러에 팔렸다.

기념품 사냥꾼들은 정청이 내놓은 평범한 도기그릇 조차도 턱없이 비싼
값을 주고 마구 사들인다.

홍콩 공무원들이 차를 마셨다는 왕관과 "H,K"라는 글씨가 새겨진 컵과
접시는 경매에 붙여진 결과 6개들이 세트값이 최고 2만홍콩달러까지 나갔다.

이것은 웨지우드 자기 값 보다도 높은 가격이다.

짝이 안맞는 저질의 컵과 주전자와 국그릇 한 무더기를 2만8천5백홍콩달러
에 구입한 현지 장사꾼은 식민시대 유물이 왕성하게 거래되는 상해시장으로
이 물건들을 보냈다.

지난 94년 홍콩경찰 창설 1백50주년을 맞아 제작돼 행사에서 쓰고 남은
접시들은 최근 수많은 고객이 몰리는 바람에 1개에 2백~2백50홍콩달러에
팔렸다.

홍콩정청이 현재 보관중인 물건중에는 여왕의 초상화, 홍콩의 공식문장,
식민시대의 국기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은 영국으로 이송되거나 홍콩역사
박물관에 기증될 것이라고 관리들이 밝혔다.

기념품 사냥꾼들은 유럽의 무역업자와 중국인 기업인이 돛단배를 배경으로
부두에 서있는 모습을 담은 홍콩경찰 배지를 구하려고 안달이다.

이 배지는 오는 6월 30일밤 12시를 기해 경찰관 제복에서 사라질 것이다.

약삭빠른 장사꾼들은 식민시대 기념품 판매 붐을 타고 티셔츠, 싸구려
시계, 넥타이, 배지, 사자와 용이 그려진 현재의 홍콩기와 진분홍 바탕에
꽃그림에 들어간 미래의 홍콩특별행정구 깃발의 모사품 등 즉석기념품을
만들어 큰 재미를 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