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종교속에서 인간 내면의 진실을 추구하고 있는 수준 높은 영화 두
편이 안방극장을 찾는다.

"율리시즈의 시선" "프리스트"가 바로 그것.

이 작품들은 전쟁 규범 법 등의 현실조건에 얽매여 왜곡되고 있는 인간
본성의 문제를 진지하면서도 깊이있게 다루고 있어 할리우드의 유치한
액션물과 싸구려 코미디 등에 식상한 영화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율리시즈의 시선"은 20세기가 남긴 역사의 뒤편에 대한 깊이있는 사색을
담아낸 작품.

제목 자체가 인간과 세계에 대해 탐구하는 철학적 시선을 의미한다.

감독은 역사와 서정을 잘 융합해내기로 정평이 난 앙겔로 풀로스.

그는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에서 모티브를 얻고 상징과 은유를 차용해
현대의 역사와 철학, 혁명,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스 출신 미국영화감독 A가 35년만에 고국을 찾는다.

발칸반도 최초의 영화필름을 찾는게 그의 목적이다.

그는 필름을 찾기위해 20세기의 화약고로 떠난다.

거리를 가득 메운 군중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진압군, 전란에 휩싸인 거리,
비밀경찰에게 체포당하는 주인공의 가족들, 철거된 레닌 동상과 이를 바라
보는 초점없는 시선, 축제장에 난입한 군인들.

A의 시선이 머무는 발칸반도에는 암울하고 절망적인 세기말의 모습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앙겔로 풀로스감독은 "안개속의 풍경"에서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두남매의 여정에 희망을 남겨두었듯이 이 영화에서도 순수와 휴머니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는다.

"저수지의 개들" "피아노" 등에서 상처받기 쉬운 남자역을 개성있게 소화
해낸 하비 케이텔과 신인 마야 모르겐스테론의 1인4역 연기도 돋보인다.

지난해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영화" 외화부문 1위작.

드림박스 2월초 출시.

"프리스트"는 선과 악에 대한 종교적 접근을 거부하고 인간적 해석을
시도한 작품이다.

고해성사 내용을 발설할 수 없다는 규율을 어기고 의붓아버지에게 계속
해서 성폭행을 당하는 어린 소녀를 구할 것인가, 돈독한 신앙심을 버리고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솟구치는 동성애를 지속할 것인가, 한 젊은 신부의
종교적 갈등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축이다.

첫번째 문제를 놓고 신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방황은 거듭된다.

신부의 방황은 절망에 가깝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절제와 십자가 앞에서 기도하는 것밖에 없다.

신부는 이 장면에서 대단히 나약한 존재로 묘사된다.

신부의 인간적 모습이 부각된다.

그러나 두번째 갈등에 대한 해법은 실로 용감하다.

"신은 사랑을 하라고 하셨지 성별을 정해주지는 않았다"고 신세대 여성
감독 안토니아 버드는 부르짖는다.

위선과 금기에 도전하는 여성감독의 패기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보수적인 영국사회는 신부를 이단아로 취급하지만 버드는 결국 용서해준다.

"당신이 아직 건강하고 기운이 있을때, 원하는 사람을 원할때 사랑하세요."

휴 그랜트의 대를 잇는 배우라는 평을 듣는 라이너스 로치 주연.

SKC 2월5일 출시.

< 박준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