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관치금융의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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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그룹 붕괴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그런대로 굴러갈 때는 서로 ''내덕''이라고 하더니 쓰러지고 나니까 모두
''네 탓''이란다.
원론적으로는 겨우 자기자본 9백억원을 가지고 5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끌어당겨 분에 넘치는 투자를 감행한 한보철강과 오너 정태수회장에 있다.
이들은 부도를 맞아 충분한 책임을 졌다고 할 수 있다.
부도피해에 따른 민형사상의 책임도 따를 것이다.
하지만 책임질 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렇게 엄청난 대출을 해준 은행도 책임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보철강이 건설중인 당진제철소의 기술적 열위와 규모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많이 제기됐는데도 4개 은행들이 수천억원에서 조단위의 대출을
해준 것은 도대체 어떻게 해명해야 하는가.
특히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총 여신 25조여원중 한보철강에만 1조원을
대주었고 한보그룹 전체로는 1조7천억원이다.
은행 총 여신의 약 10%를 특정그룹에 대주었다는 얘기다.
무얼 믿고 이렇게 엄청난 돈을 대주었는지 알 수 없다는게 금융계사람들의
지적이다.
이석채 경제수석도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에 문제가 있다.
그렇게 엄청난 자금을 대주면서 어떻게 타당성조사 등을 제대로 못했는지
모르겠다"며 책임을 은행에 돌렸다.
그러나 제일은행 등 은행권은 또 다른 얘기를 한다.
제일은행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언제 그 돈을 다 대주고 싶어서
대주었느냐"며 외압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보수적이기 마련인 은행이 그것도 다른 부실로 이미 허리가 휘어있는
제일은행이 한보를 돕고 싶어 돈을 대주진 않았을 것이고 보면 외압설은
더욱 무게를 갖는다.
사실여부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항간에는 은행에 압력을 넣었다는
특정인의 이름이 나돌고 있고 그럴싸한 시나리오까지 붙어있기도 하다.
결국 죄를 저지른 사람은 한보지만 무분별하게 돈을 대준 은행과 돈이
나가도록 내리누른 정치권에 방조내지는 교사의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바로 관치금융이라는 낙후된 시스템이 사고를 키운 것이다.
관치금융의 구태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한 제2 제3의 한보가 다시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안상욱 < 경제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5일자).
그런대로 굴러갈 때는 서로 ''내덕''이라고 하더니 쓰러지고 나니까 모두
''네 탓''이란다.
원론적으로는 겨우 자기자본 9백억원을 가지고 5조원에 이르는 부채를
끌어당겨 분에 넘치는 투자를 감행한 한보철강과 오너 정태수회장에 있다.
이들은 부도를 맞아 충분한 책임을 졌다고 할 수 있다.
부도피해에 따른 민형사상의 책임도 따를 것이다.
하지만 책임질 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렇게 엄청난 대출을 해준 은행도 책임소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보철강이 건설중인 당진제철소의 기술적 열위와 규모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많이 제기됐는데도 4개 은행들이 수천억원에서 조단위의 대출을
해준 것은 도대체 어떻게 해명해야 하는가.
특히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은 총 여신 25조여원중 한보철강에만 1조원을
대주었고 한보그룹 전체로는 1조7천억원이다.
은행 총 여신의 약 10%를 특정그룹에 대주었다는 얘기다.
무얼 믿고 이렇게 엄청난 돈을 대주었는지 알 수 없다는게 금융계사람들의
지적이다.
이석채 경제수석도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에 문제가 있다.
그렇게 엄청난 자금을 대주면서 어떻게 타당성조사 등을 제대로 못했는지
모르겠다"며 책임을 은행에 돌렸다.
그러나 제일은행 등 은행권은 또 다른 얘기를 한다.
제일은행 고위관계자는 "우리가 언제 그 돈을 다 대주고 싶어서
대주었느냐"며 외압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보수적이기 마련인 은행이 그것도 다른 부실로 이미 허리가 휘어있는
제일은행이 한보를 돕고 싶어 돈을 대주진 않았을 것이고 보면 외압설은
더욱 무게를 갖는다.
사실여부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항간에는 은행에 압력을 넣었다는
특정인의 이름이 나돌고 있고 그럴싸한 시나리오까지 붙어있기도 하다.
결국 죄를 저지른 사람은 한보지만 무분별하게 돈을 대준 은행과 돈이
나가도록 내리누른 정치권에 방조내지는 교사의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바로 관치금융이라는 낙후된 시스템이 사고를 키운 것이다.
관치금융의 구태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한 제2 제3의 한보가 다시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안상욱 < 경제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