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의 부도 태풍은 국내 철강산업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몰고올
전망이다.

철강생산능력 9백만t 체제 구축을 눈앞에 두고 결국 부도를 낸 한보철강이
제3자에게 넘어가게 되자 업계는 앞으로 국내 철강산업의 구조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포철의 열연강판(핫코일) 독점체제 파괴를 시도했던 한보철강이기에
이 회사의 향배는 모든 철강사들의 관심사다.

한보철강의 새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철강산업과 수요산업간 협력적
분업체제의 틀도 깨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 95년 한보철강이 당진제철소 1단계 준공을 하기 전까지 국내 철강
산업은 크게 <>1고로(포철) <>3냉연(포철 동부제강 연합철강) <>5전기로
(인천제철 한보철강 강원산업 동국제강 한국철강)등으로 분류됐다.

이같은 구조에서 한보가 미니밀 방식으로 열연강판을 생산하기 시작, 포철의
핫코일 독점시대는 막을 내리게 됐다.

또 한보가 최근 냉연공장을 준공함으로써 냉연업체도 4개사로 늘어났다.

따라서 한보철강이 제3자에 인수되면 이같은 기존 틀은 다시 재편될 수
밖에 없다.

한보철강을 위탁경영키로 돼 있는 포철이 만에 하나 당진제철소를 계속
떠안게 된다면 포철의 철강 독과점체제는 더욱 광범위해지고 공고해질
것이다.

이미 포철은 "자의든 타의든" 삼미특수강의 봉강설비를 인수키로 해 이
부문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질 상황이다.

포철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순수 민간기업중 인수자를 택할 경우 자금과
운영능력을 감안하면 10대 그룹내 기업이나 기존 철강업체중 하나일 가능성
이 크다.

이 경우 총자산 5조원 규모의 당진제철소를 손에 쥐게 되는 기업은 과거
선경그룹이 유공을 인수해 단번에 재계 5위로 부상했던 것에 비견되는 서열
수직상승을 맛볼게 뻔하다.

또 기존 철강업체가 당진제철소를 인수하면 철강시장점유율이 10%포인트
이상 올라가 포철에 이어 최대의 민간제철소로 우뚝 설 것이다.

세계 굴지의 제철기업으로 부상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한보철강을 인수하는 기업은 덩치만 커지는 것도 아니다.

만약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철강재 주요 수요업종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라면
"기초소재부터 최종제품까지" 일관 체제를 형성하는 막강 파워를 갖게 된다.

현재 10대 그룹중에서 철강업을 영위하는 곳은 현대그룹(인천제철) 뿐이다.

그러나 인천제철은 전기로에서 주로 형강이나 철근 등 건축자재를 생산하고
있다.

핫코일이나 냉연강판은 생산하지 못한다.

또 기존 철강사들의 경우 대부분 전문 철강그룹 형태로 재계 서열 10위권
밖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일 10대 그룹내 대기업이 한보철강을 인수해 철강과 수요
업종간의 분업체제를 파괴한다면 다른 대그룹들도 철강산업 진출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

철강산업의 구조재편 파장이 의외로 클 수 있다는 얘기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철강산업은 수요산업과 협력적 분업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자동차 조선 기계 전자 등 철강 수요업체들이 철강업에 진출
하는 사례는 드물다"며 "한보철강의 새주인이 가 되느냐에 따라 국내 산업
구조 자체가 변화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보철강의 인수기업 선정결과는 철강업은 물론 국내산업 전반에 예기치
못한 충격파를 던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