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의 부도로 노태우전대통령도 6백6억2천만원을 떼이게 될 처지에
놓였다.

노전대통령은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직후인 지난93년9월부터 10월까지
국민은행 영업부에 개설된 "천수회" 명의의 계좌등 총 6개 계좌의 비실명
계좌를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이 실지거래자인 것처럼 해서 실명전환을
하도록 했다.

이와함께 6개계좌에 남아 있던 6백6억2천만원을 5년후 연 8.5%에 갚도록
하는 조건으로 정총회장에게 빌려준 것으로 검찰수사결과 밝혀졌었다.

그후 정총회장은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사건이 일어난 지난 95년 하반기까지
이 돈을 무이자로 사용해 왔으며 노전대통령이 구속된 현재까지도 아직
상환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한보그룹의 붕괴로 정총회장이 형식상 "무일푼" 상태로 전락함에
따라 노전대통령은 이 돈을 받을 길이 없게 된 것.

이 돈은 법원이 노전대통령에게 2천8백억여원의 추징금을 부과했기 때문에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내려지면 노전대통령을 거쳐 국고에 귀속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이에따라 노전대통령은 정총회장이 아닌 다른 데서 6백6억원을 마련해야 해
한보그룹붕괴의 또다른 피해자이자 채권자로 기록되게 됐다.

정총회장은 비실명예금을 거짓으로 실명전환해 은행의 업무를 방해한데다
노전대통령에게 1백억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1심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심판결에서는 은행업무방해혐의는 "무죄"판결을 받아
이 돈의 형사적 책임은 면제된 상태지만 6백6억원의 지급의무는 계속되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

이밖에 검찰도 간접피해자로 남게 됐다.

검찰은 노전대통령의 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해 이돈을 "대여금채권"이란
이름으로 가압류해 놨었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