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영업이나 회사채 인수 등 경쟁력을 갖춘 부문을 전문화하고 신상품
개발을 통해 업무를 다양화한 바탕위에서 궁극적으로 대형화를 추구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 22일 출범한 금융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된 박도근 선경증권 사장
(55)은 "강제적이고 획일적인 합병을 통해 대형화를 하는 것보다는 금융기관
을 옭아매고 있는 규제를 풀어 각 금융기관이 자신과 부합되는 업무에 특화
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한다.

"정보통신기술이 발전된 오늘날에는 굳이 합병을 하지 않더라도 업무제휴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충분히 발휘할수 있다.

무작정 덩치만 키우는 것은 미련한 짓"이라는 것이다.

박사장은 "개별법에 따라 인허가받은 업무만 할수 있는 포지티브시스템에서
열거된 업무를 제외하고는 어떤 업무든지 허용되는 네가티브시스템으로 바뀌
는게 더 중요하며 그래야만 증권업이 인허가산업이 아닌 첨단지식산업으로
발전할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되면 업무영역이 넓어지고 고객의 수요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증시가 침체돼도 흑자를 낼수 있는 "불황기에 강한 증권사"를 만들수 있다는
것이다.

박사장은 "주택은행의 주택대출채권이나 할부금융회사의 자동차할부금융채권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채권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파는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하는 업무를 추진중"이라며 "이외에도 다양한 금융상품을 만들기 위해
투자공학팀을 만들었다"고 밝힌다.

그는 증시의 장기조정에 따른 적자 축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각 부서가 맡은 업무에서 흑자를 내면 회사 전체도 흑자"라는 원칙에 따라
책임경영을 강조한 결과 국제영업 회사채 인수 기업공개 장외등록 등 본부
업무에서는 업계 5위안에 들 정도로 효과를 얻고 있으나 지점영업과 상품
주식운용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탓이다.

박사장은 그러나 "경비 절감을 위해 상여금 반납 등 임직원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극약처방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다.

"임금은 절대액보다는 생산성을 따져야 한다"는 그의 철학 때문이다.

"일을 많이 할수록 보수도 많아지는 성과급제도를 가능한 한 빨리 도입
하겠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다른 증권사와 협력하겠다는 의사도 덧붙인다.

증권사 사장이면서 금개위 위원이기도 한 그는 "금개위에서 해야 할 일의
최종목표는 금리인하"라고 강조한다.

"금융규제 철폐 금융관행 개선 통화관리방식 변경 등이 모두 금리를 떨어
뜨리기 위한 수단"이라며 "국제금리수준인 7~8%가 최종목표이나 최소한
한자릿수로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오는 2월23일 단행되는 지준율 인하 때는 지난해처럼 지준율
인하에 따라 늘어나는 통화를 빨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역설한다.

< 홍찬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