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학을 전공하는 연구원에게는 남다른 은근과 끈기가 요구된다.

채취해온 수천 수만가지의 미생물시료를 일일이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지리한 작업을 견뎌내야하고 또 그렇게 하더라도 새로운 특성의 미생물을
찾을 것이란 보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생명공학연구소 응용미생물연구그룹 오태광박사(43)가 "농사짓는 사람의
우직함"을 가져야 한다고 이 분야의 새내기들에게 거듭 강조하는 까닭이다.

스스로는 IQ가 99밖에 안된다는 겸손함을 바탕으로 남보다 많은 시간을
땀흘린다는 자세를 유지하는데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서울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마치고 지난 82년부터 연구원생활을 시작한 그는
특히 효소와 관련한 연구분야에서 뛰어남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G7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는 신기능효소개발 1단계 과제를 성공리에
완수했다.

이 과제는 끊임없이 유해론이 제기되고 있는 MSG를 대체할수 있는 맛성분의
대량생산기술을 확립하는 것.

그는 프로테아제란 단백질가수분해효소를 찾아 쇠고기의 육즙성분을 보다
많이 추출해내는 기법을 정립했고 관련식품업체에 기술이전하는데 한몫했다.

닭 돼지등 위가 하나인 가축(단위동물)들이 사료의 영양분을 손실없이
흡수하는데 도움을 주는 파이타제란 효소도 7만여개의 균주를 탐색한 끝에
사우나장의 한약재 속에서 찾아냈다.

단위동물은 곡물에 들어있는 유기인을 흡수하지 못한다.

유기인은 강물의 부영양화를 초래할 뿐더러 철 마그네슘등 체내의 주요
미네랄도 붙잡아 함께 배설되기 때문에 영양손실의 주범으도 지목되는 물질
이다.

그가 찾아낸 파이타제는 유기인과 미네랄의 체내 접합사슬을 끊어줌으로써
미네랄손실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 효소는 현재 나와있는 곰팡이파이타제와는 달리 산도가 높은 위에서
살아 있다가 장에서 높은 역가를 발휘하는 성질을 갖고 있으며 현재 국내외에
특허출원중이다.

그는 또 유기용매에 내성이 강한 라이파제란 지방가수분해효소를 이용해
유기합성분야의 응용범위를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위에서 파괴되지
않고 항생제 역할을 할수 있는 유산균개발및 산업화에도 치중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효소를 이용한 무공해 화학공정을 개발하는등 환경오염문제를
효소로 해결하는 쪽으로 연구방향을 잡아야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사람의
은근과 끈기라면 조만간 세계에 자랑할수 있는 연구결과가 쏟아져 나올 것"
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