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산다는 것과 잘먹는다는 것을 규정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보리밥에 된장국만 제대료 먹을수 있었다면 불만이 있을수 없었던
가난하던 시절을 우리는 경험한다.

그때는 불고기먹는것이 선망의 대상이다.

이제 우리의 육류소비량은 서구선진국 수준에서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그동안 크게 늘어났다.

도시지방 농촌 기릴것 없이 온갖 종류의 육류를 파는 음식점은 수없이
들어서있다.

우리의 식생활도 빠르게 서구화돼 초등학생들이 가장 싫어하는 음식으로
김치, 좋아하는 식품으로 돈까스와 피자 햄버거를 꼽는다는 조사결과까지
나왔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육류등 식료품 안전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클린턴 대통령은 25일"식품안전 비상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 농무부는 27일부터 모든 육류에 대한 세균감염검사를
90년만에 부활, 실시하기로 결정한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와같은 조치는 미국한 식품의 안전도가 비교적 높다고
해도 매년 9천여명의 미국인이 불량식품으로 숨지는등 식품의 안전도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따라 취해진 것이다.

몇달전 미국의 ABC방송 특집프로에서 대장균의 일종인 E 콜라이
(Eschenichiae coli)박테리아에 오염된 햄버거를 먹고숨진 어린이
어머니들의 증언이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농수장관 보건장관 환경청장에게 식품업체와 농민,
소비자보호단체등과 함께 식품안전을 위한 방안을 90일안에 마련하라고
지사하는 한편, 불량식품 조기경보체제와 식품의 세균오염방지 첨단기술
개발에 4천3백만달러를 투입코자 의회에 예산을 요청하고 있다.

미 농무부는 미국에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광우병이 발견되는 경우
이로 인한 육류공급차질을 막기 위한 대책수립에 8백50만달러를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식생활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미국의 불량식품과의 전쟁선언은 우리에게 많은것을 느끼게
하고 있다.

지나친 육류소비 식생활의 서구화, 그리고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건강을 위한 특수식품을 찾아 해외원정까지 하는게 우리의
모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남의 식생활 모방에 정신을 빼아겨 우리식품의 개발과
보존에 너무 소홀했다.

그뿐 아니라 불량식품의 범람을 방치하다 시피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파는 백화점이 버젓이 영업하고 있고 농약으로
재배한 콩나물 세제로 씻어낸 육류를 먹을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소비자만
불안하다.

육류소비량 증가, 식생활의 서구화가 잘살고 잘먹는 기준일수 없다.

우리의 고유한 식문화를 발전시키면서 질적으로 균형잡힌 식생활,
위생적으로 안심할수 있는 식품을 만드는 일을 외면하고 잘먹는다는 의미를
어디서 찾을것인가.

미국의 불량식품과의 전쟁선언은 남의 나라 이야기일수 없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