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불길을 배경으로 동생 준식의 울부짖고 있는 모습이 TV화면에
나타났다.

그 내용은 무능한 인간이라고 아버지로부터 갖가지 구박을 받아왔지만
정성을 다해 노력하는 동생에게는 좌절감만이 연속되는 이야기이며, 공부
잘한다고 온 가정의 희생 위에 사법 고시에 합격해 검정색 승용차를
타고 나타나 온 마을 사람들의 선망을 받는 형인 준수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불길은 돼지를 열심히 사육했으나 가격이 폭락해 또 한번 좌절한
동생이 양돈사에 불을 질러 일어난 것이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국가의 부(양질의 육류)를 생산하던 동생이
가정과 사회로부터 냉대를 받으며 자포자기하고 끝내 귀중한 돈사마저
불길에 휩싸이도록 한 사회는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 정도는 25% 정도이다.

소 돼지 닭의 경우도 점차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 축산가들의
경영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노동집약적인 양계 사업은 임금이 싼 중국등으로 넘어가고 광활한
목초 지대에서 자란 소고기의 수입은 더욱 늘어날 것이며 식량 식품의
자급도는 점차 더 낮아질 것이다.

국가의 부(곡물 식품 육류)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존경 받는 사회 풍토가
조성되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자원이 부족한 국가로서 수입을 막을 수는 없다.

수입한 자원으로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 확보만이
우리가 살아남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된다.

호주나 북남미 국가에서 목초를 먹여 생산한 육류를 수입하더라도 우리는
영양 사료(기능 사료)를 만들어 세계 최고급의 육류를 생산, 수출하는
쪽으로 변신하는 노력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인간이 만든 최고급의 사육 환경에서 귀족 같은 생활을 하며 자라는
호주의 양은 전세계의 최고급 멋쟁이들이 입을 수 있는 세계 최고급, 최고
가격의 양모를 생산한다고 한다.

세게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육류를 생산하는 동생 준식과 동생의 희생
위에 사법 고시에 합격한 형 준수가 동생이 만들어낸 멋진 최고급 육류를
선물로 주고 받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TV화면에서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