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청와대경제수석은 27일 "한보사태에 정부와 청와대가 개입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부터"라고 강조하고 "그 이전에는 누군가 개인적
으로 은행에 압력을 넣었을지는 몰라도 청와대나 정부가 개입한 적은 없다"
고 밝혔다.

이수석은 "당시 청와대에서는 한보의 자금사정에 대한 정보를 듣고 부도가
난다면 국민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커 종합적인 검토를 시작했다"며 "한보의
부도는 공장시설자금을 금리가 높은 단자 등 제2금융권에서 마구 끌어다
쓴게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청와대개입이 문제가 되고 있다.

언제부터 왜 개입하게 됐는가.

"일반적으로 기업문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기업상황이 나빠졌을 때다.

11월초순부터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얘기가 들려 재경원, 주거래은행,
은행감독원 등에 사태를 파악해 보라고 지시, 12월하순경 종합상황을 보고
받았다.

종합보고를 받고 한보를 정태수체제로 계속 놔둘 수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 이전에는 청와대나 정부의 개입이 없었다는 얘기인가.

"내가 확인한 바로는 그 이전에 정부나 청와대경제수석실에서 개입한 적은
없다.

개인적으로 누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모른다.

개인은 수사하면 밝혀질 것이고 정부차원에서는 없다"

-올 1월에 1천2백억원을 추가로 지원한 것은 청와대 지시인가.

"연말이나 연초부터 부도를 나지 않게 하는게 정부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1월초에 다시한번 검토를 지시했다.

주거래은행도 자구노력을 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가자금지원이 이뤄졌을 때는 채권은행간에도 의견이 달라 최종결정이
안났었다.

채권은행이 부도를 낼 준비가 안돼 있어 자금지원이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

-그러면 부도시기 선택을 청와대가 결정했는가.

"정부가 의도를 갖고 부도시기를 택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최대한 부도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

부도를 내더라도 구정이 지난뒤 내는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태수가 주식을 끝까지 안 내놓고 버티는 바람에 은행관리보다는
부도처리를 선택했고, 어음이 계속 돌아와 더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한보철강의 제3자인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공장완공이 안돼 바로 못한다.

완공이 안된 상태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겠는가.

또 인수과정도 복잡하다.

국민경제에 필요한 공장이기 때문에 완공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5조이상이 들어갔고 지금 똑같은 공장을 지으려면 그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정태수총회장을 언제 만났나.

"지난해 12월 찾아와 은행이 공장완공때까지는 자금을 주기로 해놓고
자금을 안준다며 돈을 조금만 더 주면 공장을 완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은행부채를 제대로 갚을 수 있다는 자료를 갖고 금융기관을
설득하지 않는한 누구도 지원할 수 없다고 했다.

나한테 찾아올 시간이 있으면 은행을 설득하라고 했다"

-한보철강이 어렵게 된 주된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 마디로 능력없는 사람이 능력이상의 것을 하려다가 다친 것이다.

도로 발전설비 등을 모두 자기돈으로 했다.

또 우리나라 금융시스팀에 문제가 있다.

악성루머가 돌아 제2금융권에서 어음을 돌리기 시작하면 어떤 기업도
흑자도산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한보도 제2금융권에서 채권을 회수하기 시작한 것이 도산에 결정적이었다.

제2금융권에서 채권을 회수하면서 은행자체도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