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를 팔고 공항을 사라"

영국 크랜필드대학의 리가스 도가니스 항공운송학교수가 투자가들에게
던지는 충고다.

항공운송사업은 경쟁격화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막 태동기에 접어든 공항운영사업은 고수익을 보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국 영국 오스트리아 호주 남아공 등은 공항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공항지분을 매각하거나 청사내 점포운영권을 양도하는 계획을
세워 놓았거나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영국 BAA사는 영국내에 7개공항소유권을 따냈고 미국
피츠버그공항의 소매점영업권을 취득했다.

다른 업체들도 수주전에 본격 돌입할 태세다.

도가니스교수는 앞으로 10-15년후 유럽에는 10여개씩 공항을 소유한
거대그룹이 5-6개 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우선 공항숫자가 너무 적다는데 근거한다.

항공기 이용객들은 급증하는데 반해 공항신증설이 이에 못 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여객기 이용객은 현재 10억명선이지만 앞으로 20년후엔 20억명이상으로
불어날 것이라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신규공항건설은 쉽지 않다.

소음, 교통체증, 오염문제 등으로 지역주민과 환경보호론자들과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기 때문.

이로써 BAA사는 히스로공항에 터미널을 증설하는데 2년반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 하네다공항 등은 지리적인 문제로 확장이 어렵다.

공항의 기능이 변화하는 점도 공항운영사업의 미래를 밝게 한다.

공항이 단순 교통터미널기능에서 쇼핑센터나 레저센터로 탈바꿈하는 추세다.

일반인들이 쇼핑 도박 외식 골프 등을 즐기기 위해 일부러 공항을 찾는
경우도 흔해졌다.

암스테르담의 스키폴공항은 쇼핑센터뿐 아니라 카지노와 가상골프레인지
까지 갖췄다.

싱가포르의 창이공항은 가라오케와 수영장 목욕탕 등을 마련했다.

최신 설비를 갖춘 공항들은 레저시설이용증가와 함께 면세점과 소매점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BAA사가 소유한 히스로공항을 포함한 영국내 7개공항에서 판매되는 향수
규모가 영국 전체판매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공항은 매출의 60%이상을 소매매출과 주차료 수입등으로 올린다.

대조적으로 민영화가 덜 진척된 미국 공항의 경우 매출의 60%이상을
공항이용료에서 얻는다.

공항착륙세가 급등하는 추세도 공항운영사업자에 고수익을 안겨줄 것이다.

일본 간사이공항은 승객을 가득태운 보잉747기 착륙에 9천달러를 받는다.

오는 98년 완공될 홍콩의 첵랍콕공항은 1만2천달러를 받을 계획이다.

여객기이용이 급증하는 현실에서 각국 공항의 착륙세는 앞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공항의 민영화가 본격화되면 서비스가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BAA측은 복잡한 현행 출입국절차를 대폭 간소화시키기 위해 획기적인
방안을 구상중이다.

"체크인" 절차를 공항청사가 아니라 주차장이나 호텔 기차역 등에서
완료하는 방식을 고려중인 것.

수화물을 공항청사밖에서 검색함으로써 안전과 시간단축문제를 동시에
잡을 복안도 마련중이다.

특히 공항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철도를 끌어들이려는 장기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항민영화가 본격화될 21세기에는 고객들이 공항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받게 될 것으로 관측한다.

<유재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8일자).